3년 넘게 서울 노량진에서 학원에 다니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정아무개(29)씨는 다음달 8일로 예정된 법무부 출입국관리직 9급 특별채용 시험에 원서조차 낼 수 없었다. 러시아어 분야를 준비해 왔으나, 이번에 응시 자격요건이 된 ‘토르플’이라는 러시아어 검정시험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시험 공고를 낸 것은 지난 5월23일. 영어·중국어·러시아어·무술유단자 등 네 분야 10명씩 모두 40명이었다. 이번부터 어학시험을 자체 시험으로 치르지 않고 토익 등 외부 검정시험으로 대체한다는 안내가 따라붙었다. 러시아어 검정시험은 토르플이 됐다.
토르플은 현재 국내에선 대구 계명대와 서울의 ㅇ학원 두 곳에서만 시행하며, 출제는 시험을 치르는 기관에서 낸다. 토플 등 다른 검정시험에 견줘 난이도도 들쭉날쭉하고 시험의 유효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또 소수의 러시아 유학생을 위한 시험이어서, 한해 여덟 차례 치러진다.
정씨는 “원서 마감을 겨우 20일 남겨놓고 소수만이 치르는 시험인 토르플을 새로운 자격 요건으로 제시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 시험공고 바로 다음날 한차례 말고는 원서 마감 때까지 토르플이 치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 끝난 원서접수 결과 러시아어 분야 경쟁률은 3.9 대 1로, 2005년 시험의 13 대 1에서 크게 떨어졌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김영근 사무관은 “다른 외국어 시험을 검정시험으로 대체하면서 형평성을 위해 러시아어도 토르플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며 “지난 4월 증원계획이 확정되고 선발이 다급하게 이뤄져 토르플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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