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법원 영장 갈등 주요 쟁점
검찰 “주요사건 참고인에 증거보전 신청”
법원 “짐작못할 기준으로 결정안해” 불쾌
법원 “짐작못할 기준으로 결정안해” 불쾌
검찰이 주요 사건을 법원이 잇따라 영장 기각을 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영장 발부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하고, 법원은 “수사 전문가가 짐작할 수 없는 기준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는 등 영장 기각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25일 브리핑에서 “검사와 같은 수사 전문가도 이해할 수 없는 기준으로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의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차장은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며 ‘증거보전신청을 통해 증거인멸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제이유 사건과 관련해 주수도 회장 등 3명에 대해 증거보전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평소와 달리 인지 수사를 담당하는 특수 1·2·3부장과 금융조세조사 1·2부장이 참석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6월 중순에 주가조작 혐의로 청구된 ‘코리아텐더’ 전 대주주의 사전 구속영장을 두 번째로 기각하면서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다면 증거보전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재경 특수1부장은 “본안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증언을 듣지 않고 증거보전 절차를 통해 마련된, 다른 법관이 만든 서류를 가지고 재판하는 게 공판중심주의에 맞느냐는 의문도 있지만, 법원에서 증거보전 절차를 언급하고 나오니까 이를 따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2천만원 이상씩 받은 병역특례업체 대표 10여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발부되고 한꺼번에 60여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서울동부지법을 언급하며, 법원별로 영장 발부 기준이 크게 다른 문제도 지적했다. 검찰은 이 밖에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된 최재천 의원 수사 관련 ‘법무법인 한강’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인지보고서 없이 청구된 피내사자에 대한 체포영장 기각 △영장 발부에 4~5일씩 걸리는 영장심사 관행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광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피의사실 공표 때문에 기각 사유를 (언론에)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지만, 검찰 쪽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기각 사유를 밝힌다”며 “수사 전문가도 알 수 없는 기준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법원의 김용상 영장전담부장판사도 “구속영장은 비슷한 사건이라도 피의자별·사안별로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다만, 판사들 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법원 안 연구모임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법원은 영장 발부의 규범적 기준을 마련해 공개하고, 검찰은 구형과 영장청구 기준을 마련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 갈등과는 무관하게 뇌물죄 등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 번복이 우려되는 사안에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증거보전 절차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혁 전정윤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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