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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수안없이 강의하는 남한 대학 어이없다”

등록 2007-06-25 21:06

 김현식 교수
김현식 교수
평양사범-러시아사범-남한 망명-예일대학 경험 책 펴낸 김현식 교수
“교과서에서만 입시 출제하라”
남한 ‘사교육 열풍 잡기’ 처방
김정일 외가쪽 개인교사 지내
김일성 주석의 교육열도 소개

“서울에 와 보니 교수안 없이 수업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어떤 교수는 지난 시간에 어디까지 가르쳤는지도 모르는 채 수업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미 뉴저지주의 조지메이슨대 연구교수인 김현식(75·사진)씨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와 미국의 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1954년부터 38년동안 평양사범학교 러시아어 교수로 재직했고, 모스크바의 국립러시아사범대 교환교수로 있던 1992년 남한으로 망명했다. 이후 10여년 동안 남한의 경남대·한국외국어대 등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쳤다. 2003년부터 미국의 예일대 초빙교수로 3년간 북한학을 강의했으며 지금은 워싱턴 북조선연구학회 대표로 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교육을 두루 체험한 그가 최근 펴낸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김영사)을 보면, 한국의 교육은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이다.

가장 믿기 힘든 것은 수업에 임하는 일부 남한 교수들의 자세이다. 그는 “북한에서는 누구나 강의안을 정성껏 써서 상급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면서 자신도 강의나 세미나가 있을 때면 반드시 미리 원고를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대학을 갓 나와 처음 교단에 서는 교사도 교안 없이 수업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북한의 교수법이 좋은 까닭의 하나”로 ‘교수경연대회’를 들었다. 해마다 한번씩 과목별로 있는 대회에서 입상하면 출세길이 열리기 때문에 열기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남한의 ‘사교육 광풍’을 잡을 방법은 없을까. 그가 남·북 교육을 비교한 뒤 얻은 결론은 대학입시 문제는 교과서 밖에서 내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내가 오랫동안 (북한) 대학입학시험의 출제위원으로 직접 문제를 내보았기에 확실하게 안다. 모든 문제는 중·고교 교과서 안에서 출제된다. 어떤 경우에도 교과서를 벗어나 특별한 지식을 묻는 문제는 출제하지 않는다. 이것이 공교육을 지키는 길이다.”

남한 교수사회의 남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인맥과 학맥이 판친다는 것이다. 남한에 가면 교수를 하게 해주겠다는 남한 정보요원의 말과는 달리 이 땅에서 대학 강사 자리를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따내기는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의외의 방법을 통해 일이 풀렸다. 한국외대나 국정원 산하 국가정보대학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학맥’으로 이어진, 사사로운 추천이 작용했기에 가능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1971년부터 20년 동안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처가(둘째 부인 김성애 쪽 가족) 자녀들의 개인교사 노릇도 했던 김 교수는 이 책에서 김일성의 교육열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를 털어 놓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린 시절, 학교에서 버릇없이 군다는 소문이 돌자 김일성은 담임교사를 집에 불러 연극을 했다. 교사가 도착하자 직접 대문을 열어주고 머리 숙여 인사하는 등 공손히 대접하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후 어린 김 위원장이 숙제도 잘해 가고 말도 잘 듣게 되었다고 그는 적었다. 김일성은 또 아들이 평양 남산고급중학교 3학년이던 시절, 러시아어 회화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 학교에서 러시아어 회화를 못하는 교원은 모두 해고시킬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책 후기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내는 글’에서 평양과 모스크바, 서울 그리고 미국에서 살다 보니까 “북한의 교육·의료제도와 토지 국가소유제는 좋은 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김 위원장이 새 사람이 되어 북한을 개방하면 그 이튿날로 평양으로 돌아가 서울과 미국에서 보고 느낀 것을 북한의 것과 접합시켜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교육제도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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