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박5일 20만~30만원 패키지 상품 헐값경쟁 판쳐
“사고난 항공기 노선 현지 가이드도 타기 꺼려”
“사고난 항공기 노선 현지 가이드도 타기 꺼려”
캄보디아 참사의 배경에는 관광 인프라와 안전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현지에서 개발한 관광 상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국내 여행업계의 문제점이 녹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동남아 패키지 상품의 안전성을 철저히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26일 “직접 해외로 가본 뒤 상품 개발을 하는 여행사는 많지 않다. 현지 업체가 만든 상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동남아 전문 여행사의 한 임원은 “외국 관광객들은 대개 프놈펜에서 4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시아누크빌로 간다. 이번에 사고가 난 상품을 보면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에서 시아누크빌로 향한다. 육로를 이용하면 1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려고 항공을 이용한 것 같다. 만약 항공기 안전이 우려됐다면 하나투어에서 이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시엠립에서 살고 있는 오아무개씨도 “시아누크빌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본 사람들은 흔들림이 많고 위험하기 때문에 다시 타는 것을 꺼린다. 가이드들도 그 비행기로는 투어를 나가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쪽은 “피엠티항공에서 2년 전부터 시아누크빌 항로를 적극 홍보했고 여행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스터디 투어도 진행했다”며 “국내 관광객들의 욕구에 맞는 상품이 되겠다 싶어 판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20만~30만원대의 저가 동남아 패키지 상품의 경우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캄보디아의 로열크메르항공과 피엠티항공은 대한항공 등에 비해 최고 30~40% 저렴하다”고 말했다. 건교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로열크메르항공은 5월 말까지 최근 5년간 고장으로 인한 인천공항 지연·결항률이 2.67%나 된다. 조사 대상 47개 항공사 중 네번째로 높다. 여행사 관계자 전아무개씨는 “비행기를 빌려 쓰거나 보유 기종이 적은 저가 항공사뿐 아니라 캄보디아와 라오스 국적기도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가 패키지 관광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여행사의 타이 방콕 및 파타야 3박5일 관광 상품(7월1일 출발 기준)을 보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이용하는데도 가격이 50만~60만원대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 조건에 4성급 호텔에서 묵고, 쇼핑 옵션이 없다면 최소 80만원을 받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에서 여행업을 하는 이아무개씨는 “대형 여행사들도 가격을 맞추기 위해 쇼핑몰로 관광객을 데려가고, 어떤 곳은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상품이 싸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항공사·호텔·식사 등을 잘 살펴야 한다”며 “질이 낮은 호텔에서는 분실 사고나 식중독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또 쇼핑 시간 확보를 위해 가이드가 차를 무리하게 몰아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최원형 이정훈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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