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비리 수사 결과
검찰, 이재용 전 장관 약식기소
의료계 불법 로비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장동익(59) 전 의사협회장의 녹취록에 현금 1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 정형근(62)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김춘진(54)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재용(53) 전 환경부 장관은 각각 불구속 기소와 약식 기소하는 등의 수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정형근·안명옥 의원 무혐의=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김대호)는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로부터 각각 600만원과 200만원을 받은 정형근 의원에 대해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고, 단체 돈임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 공개된 의협 녹취록에는 장 전 회장이 “제가 연말정산 때문에 정형근 의원에게 1천만원 현찰로도 줬습니다. 그 사람은 정치헌금이 항상 풀로 차요. 2억5천만원 차요”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 의원과 장 전 회장이 모두 이런 내용을 부인해 혐의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철준 1차장검사는 “자금을 제공한 쪽에서 김병호 의원과 고경화 의원 등에게는 어떤 청탁을 했는지 말하는데, 정 의원에게는 청탁 사실도 없고 후원한 돈이 단체의 자금이라고 밝히지도 않았다고 한다”며 “관련자들의 통화 내역까지 조회했지만 의심스런 부분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인턴 월급을 의협으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안명옥(53) 의원도 무혐의 처분했으며, 녹취록에 장 전 회장이 골프 접대를 했다고 말한 복지부 간부들에 대해서도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의원 20여명에 조직적 후원금=검찰은 “김춘진 의원이 의료보수표 제공을 대가로 치과의사협회로부터 1천만원을 받는 등 1300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에는 김병호·고경화 의원이 의료계로부터 1천만원씩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은 3명으로 늘었다.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나서며 치과의사협회 돈인 줄 알면서도 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검찰은 또 의사협회 공금 3억5천여만원을 횡령하고 국회의원들 20여명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로 장 전 회장과 안성모(58) 전 치과의사협회장, 신아무개(62) 전 치정회장 등도 불구속 기소했다. 박철준 차장검사는 “이익단체들이 입법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게 관행이라지만, 직무와 관련된 불법적인 후원금 수수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근절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용 전 장관에 대해 “이사장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표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의 의료계와 진료비 등을 놓고 가격 계약을 해야 할 자리”라며 “의료계의 한 당사자인 치과의사협회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이 이사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혁 김양중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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