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어떻게?
헌법재판소가 28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재외국민의 선거권 제한 조항이 손질되면, 외국에 나가 있는 재외국민도 국내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외국에서 투표행위가 이뤄지는 기술적인 문제부터 투표 범위까지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될 사항이 적지 않다.
재외국민의 투표 절차는 자신의 주소지에 살지 않는 선거권자가 사전에 투표를 해 주민등록지로 보내는 국내 ‘부재자투표’ 개념과 다르지 않다. 재외국민이 투표를 하려면 먼저 선거를 앞두고 선거인 명부에 등록을 해야 한다. 일정한 기간 안에 우편을 통해 자신의 투표의사를 국내 선거관리위원회에 알려야 하는 것이다.
선거인명부 등록은 개별적으로 할 수도 있고 재외공관을 통해서 할 수도 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선거인 명부가 작성이 되면,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재외국민들에게 발송한다. 이때 후보자 홍보물이 같이 보내질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인 명부 등록이나 후보자 홍보물 열람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외국민이 거주하는 현지 사정에 따라 인터넷 사용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도입하려면 입법 과정에서 검토할 사항이 적지 않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또 기표가 이뤄진 투표용지를 개별적으로 국내 선관위에 보낼지, 재외공관에서 투표를 하고 이를 취합해서 국내로 들여올지 등 구체적인 사항들도 입법 과정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려면 단순한 투표 절차뿐만 아니라 여러 경우의 수도 고려해 입법해야 한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의 경우, 총선에서 지역구 투표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선이나 총선 정당명부 투표는 모든 선거권자에게 공통의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선 지역구마다 다른 후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일단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에게는 총선에서 정당명부 투표권만 부여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 구상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
또 외국국적을 가진 동포가 ‘재외국민’이라고 주장하며 투표를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금지하고 있어, 외국국적을 갖게 되면 우리나라 국적은 자동 소멸된다. 그러나 당사자가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이를 정부가 파악할 방법이 없다. 국적법을 위반한 ‘부정 선거’가 가능한 셈이다. 재외국민 투표에선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선관위는 예상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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