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경찰 간부들
김학배 전 부장 형사처벌 확실시
이택순-유시왕 연루의혹은 “…”
이택순-유시왕 연루의혹은 “…”
경찰이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압·은폐가 있었다는 의혹을 파헤치는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수사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미 6~7부 능선을 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건 이첩·무마한 실무진은 ‘처벌 윤곽’=우선 보복폭행 사건 발생 나흘 뒤 현장 조사에 나선 내사팀을 철수시킨 것으로 드러난 장희곤 전 남대문경찰서장이 28일 구속되면서 수사가 한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 안팎에서는 장 전 서장의 신분상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적어 구속영장이 기각되리라는 전망도 많았지만, 결국 영장이 발부돼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서장과 함께 수사의뢰된 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의 형사처벌도 확실시된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28일 “김 전 부장을 상대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경찰한테서 수사의뢰를 받은 뒤 “경찰 자체 감찰은 (말 그대로) 감찰이고, 수사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며 김 전 수사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장 전 서장의 수사 무마 지시를 언론에 폭로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한 강대원 전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도 무혐의를 자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강 전 과장은 내사 진행 당시 이진영 전 남대문경찰서 강력2팀장과 함께 한화그룹 쪽 부탁을 받은 맘보파 두목 오아무개(54·해외도피)씨, 명동파 두목 홍아무개(54)씨 등을 3차례 이상 만난 사실이 드러났는데, “정보 수집 차원이었다”고 해명해왔다.
한화·경찰 수뇌부 연루는 ‘안갯속’=박 차장검사는 29일 ‘보복폭행 사건 발생 직후 이택순 경찰청장과 유시왕 한화증권 고문이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오보다”라고 말했다. 사건 초기부터 불거져온 이 전 청장과 유 고문의 골프 회동 의혹을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3주전부터 한화그룹 소유 골프장 출입기록과 폐쇄회로텔레비전 녹화화면, 관련자들의 통화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에 나선 바 있다.
실제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가 4주째로 접어들었지만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 ‘한화그룹→최기문 전 경찰청장→경찰 고위 관계자’의 로비 고리에 대해선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서는 김 전 부장과 장 전 서장 등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이들이 입을 닫았기 때문이라는 추측과, 검찰이 수사 보안을 위해 진척된 내용을 전혀 밝히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갈리고 있다.
박 차장검사는 29일 “수사가 끝난 뒤 투명하게 다 밝히겠다. 이번 주말에도 수사팀이 모두 출근할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가급적이면 김 회장 1심 재판의 선고가 나오는 다음주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내부적인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