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 소속 대학 총장들이 2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김신일 교육부총리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사립대 총장들이 29일 ‘고교 내신 비중 확대, 기회균등 할당 전형 도입’ 등 정부의 정책과 요구를 집단 거부하고 나서면서 교육 현장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한마디로, 이번 사립대 총장들의 반발은 대학자율을 명분 삼아 겨우 진화된 내신 파문에 의도적으로 다시 돌을 던진 격이다.
사립대 총장들의 이날 의사 표명은 몇몇 총장들의 주도로 갑작스레 이뤄졌다.
사립대 총장들은 애초 이날 회의에서 대교협이 3월 구성한 ‘사학발전정책 워킹그룹(실무집단)’이 마련한 사립대의 요구들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즉석에서 한 총장이 내신과 관련한 안건을 제기했다.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손병두 총장은 “아무개 총장이 문제를 제기해 나오게 된 것”이라며 “이견은 나오지 않았고, 박수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총장들은 “민감한 안건인데도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권기홍 단국대 총장은 “나서서 얘기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사립대 총장도 “90여명이 한 시간도 안 되는 동안 논의하는데 얘기가 제대로 됐겠느냐”며 “총장들이 내신 실질반영 비율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날의 ‘반란’이 소수 목소리 큰 총장들의 주도로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전국 158개 4년제 사립대 총장들의 협의기구이다. 대학들의 자율적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원 대학 201곳 가운데 사립대 총장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날 임시총회에는 90여명이 참여했다.
그럼에도 이날 총장들의 반발이 사립대 전체가 정부 요구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당국과 학교 현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당장 학생들과 교사들의 걱정이 크다. 25일 교육부 발표대로 ‘8월20일까지는 내신 실질반영비율이 발표될 것’으로 믿고 안도하던 중에 ‘벼락’을 맞았기 때문이다. 서울 한 고교의 3학년 부장 교사는 “도대체 어떻게 된다는 거냐”고 하소연을 했다.
이날 총회의 분위기로 미뤄볼 때, 사립대들이 죄다 협의회의 정부 방침 거부 지침을 따를지는 미지수다. 협의회 부회장인 김문환 국민대 총장도 “디테일하게 논의된 것은 없다. (내신 반영 약속을 지킬지는) 개개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날 사립대 총장들의 집단 의사 표명이 유효한 제재수단을 쥐고 있지 않은 임기 말 정부의 약점을 파고든 ‘반란’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정부가 거듭 확고한 방침을 밝혔음에도 대학 총장들이 집단행동을 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대학들이 내신을 무력화하고 사회통합 전형을 거부하는 것은 특정 지역, 특정 학교 학생들을 뽑아 ‘상위권’이라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발상 때문”이라며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쥐고 흔들자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내신 반영 비중 확대’ 원칙을 내세우며 거듭 행정·재정 제재 방침을 밝히고 있는 교육당국이 이런 반란을 제어할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이다.최현준 이수범 기자 haojune@hani.co.kr
사립대 주장과 교육부 전문가 반박 비교
하지만 이날 사립대 총장들의 집단 의사 표명이 유효한 제재수단을 쥐고 있지 않은 임기 말 정부의 약점을 파고든 ‘반란’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정부가 거듭 확고한 방침을 밝혔음에도 대학 총장들이 집단행동을 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대학들이 내신을 무력화하고 사회통합 전형을 거부하는 것은 특정 지역, 특정 학교 학생들을 뽑아 ‘상위권’이라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발상 때문”이라며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쥐고 흔들자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내신 반영 비중 확대’ 원칙을 내세우며 거듭 행정·재정 제재 방침을 밝히고 있는 교육당국이 이런 반란을 제어할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이다.최현준 이수범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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