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승호 판사는 29일 제이유 그룹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혐의 확정을 위해 검찰이 주수도 회장 등 3명에 대해 낸 증거보전 신청을 기각했다.
‘증거보전’이란 주요 참고인의 증언확보가 시급할 때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이들을 상대로 판사가 따로 증인신문을 한 뒤 나중에 증거로 활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민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허용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참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할 추상적 위험성만 인정되며, 이들의 진술을 긴급하게 증거보전 하지않으면 공판에서 참고인들의 진술을 증거로 사용하기 곤란해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의원이 참고인들에게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는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진술을 번복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다면 구속하거나 구속영장을 발부하는게 당연해, 진술번복의 추상적 위험성을 이유로 증거보전 신청을 기각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지난해에는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사건과 관련해) 주요 참고인이 돈을 줬다는 검찰 진술을 번복했다며 증거신청을 보전하자 다음날 곧바로 이를 받아줬는데, 이번 사건과 얼마나 다른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25일 법원이 이부영 전 의원의 영장을 기각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 증거보전 신청을 하라’고 했다며, 주 회장 등의 증거보전 신청을 했다.
또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된 장희곤 전 남대문경찰서장도 “부하 경찰이 진술을 바꿀 우려가 있다”며 부하 경찰 1명의 진술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같은날 2005년 제이유 등 다단계업체로부터 방문판매법 개정 입법 로비 청탁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검찰이 재청구한 김아무개(67)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 회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기각했다. 김용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일부 범죄혐의를 추가했으나 소명이 부족하고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고나무 김지은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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