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들 학교 찾아가 교사들 다독인 어머니
오토바이로 학교가다 사고
‘제자 잃은 슬픔’ 위로
책임 추궁 걱정하던 학교 감동
‘제자 잃은 슬픔’ 위로
책임 추궁 걱정하던 학교 감동
“아들이 다녔던 학교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치료를 위해 외출했다가 학교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로 숨진 고교생의 엄마가 학교에 작은 성금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울산 남구 대현고 1년 조아무개(16)군은 지난 5월 초 점심 무렵에 담임교사로부터 외출증을 끊어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에서 피부 치료를 받고 돌아오던 길에 대형트럭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조군의 장례를 치루고 난뒤 엄마 정아무개(45)씨는 지난달 30일 아침 학교를 찾았다. 정씨는 교장실에 모인 담임교사 등한테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도 아프지만 소중한 제자를 잃은 교사들도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느냐”며 오히려 교사들을 위로했다. 그는 이어 “아들이 사고로 숨진 것은 부모의 책임”이라며 “아무쪼록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아들 친구들이 이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힘써주기 바란다”며 50만원이 든 성금 봉투를 내놓았다.
정건 교장은 “한편으론 공부 시간에 외출증을 끊어줬고, 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 학교 쪽에 책임을 물을까봐 걱정도 했는데 조군의 엄마가 오히려 교사들을 위로하고 성금 봉투까지 준비해 와 너무 놀랐다”며 “큰 돈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감동의 봉투를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쪽이 이런 걱정을 한 것은 교사들이 애정의 회초리만 때려도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와 항의를 하는 일이 상식처럼 돼 버린 까닭이다. 그는 또 “어머니의 옷차림으로 미뤄 가정형편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며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뜻이 담긴 이 돈을 장학금으로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군의 담임이었던 박경환씨는 “인성이 참 좋아 친구들과도 잘 지냈는데 수업시간에 다시 볼 수 없어 너무 안타깝다”며 “조군의 심성이 부모를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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