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행정자치부 직원들이 팀제 개편 이후 새로 바뀐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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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 … “관료주의 파괴 시도 신선”
해봤자 … “기업과 달라 팀제 안맞아”
올것이 … “후배 밑 발령 나가란 소리”
행자부의 팀제 도입에 대한 다른 부처 공무원들의 반응은 긍정과 우려가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신선한 시도’라고 했으나 다른 한쪽에서는 ‘찻잔의 태풍’으로 평가절하했다. ‘올 것이 왔다’며 불안해하기도 했다. 농림부의 한 고참 과장은 “관료주의라는 말이 있듯이 공무원이라는 조직이 원래 변화를 선호하지 않는 집단인데, 이런 측면에서 이번 행자부 팀제 개편은 신선하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리실의 한 국장은 “시범 기간 없이 하루 아침에 조직을 확 바꿨는데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며 “장차 다른 부처에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결과가 어떻게 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팀제를 도입하면 과제나 성과가 명확하게 설정돼야 하는데 행정조직에서 일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천청사의 한 국장도 “일반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전력투구하다 실패해도 개인 차원의 문제이지만, 공무원은 실패하면 국민이 함께 피해를 본다”며 “모든 부문을 획일적으로 팀제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의 국장급 간부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초임 서기관들이 팀장으로 임명되는 ‘계급파괴’는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의 정서상 고참이 후배 밑으로 인사가 나면 ‘나가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우려했다.
공무원 스스로에 대한 자성론도 터져나왔다. 세종로 청사의 한 국장은 “그동안 일을 안 해도 월급 받고 진급하는 무위도식형 공무원들이 있었다”며 “공무원 조직의 안정성을 해쳐서는 안 되지만, 활력 있는 조직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청사의 한 국장은 “평소 일을 하다보면 ‘대기업 같으면 짤렸을텐데’ 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일 잘하는 직원에게는 일의 하중이 몰리는 현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치·경제·사회부 종합 오장관, 공기업 첫 팀제 경영혁신 전력
취임일성 “팀제” …5급까지 공모 행자부 팀제는 오영교 장관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으로 있을 때 만들었던 것을 바탕으로 했다. 오 장관은 2001년 코트라 사장을 맡으면서 공기업에 최초로 팀제를 도입해, 이를 발판으로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매년 하위권을 맴돌았던 코트라를 1위로 올려놓았다. 이를 눈여겨봤던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행자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해, 정부 혁신의 전도사 노릇을 맡겼다. 오 장관의 1월5일 취임 일성 역시 팀제였다. 그는 “정부의 팀제는 과를 팀으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기업식 팀제를 구축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현재 공무원 조직은 생산성이 민간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며 팀제 도입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그는 취임한 지 두 달여의 준비작업을 거쳐, 11일 본부장과 팀장 자리를 5급 사무관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공모 경험이 처음이었던 행자부 공무원들은 당시 상당히 당황했다고 입을 모았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공식적으로는 53개 직위에 190명이 지원해 약 3.6대 1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3개 직위까지 공모할 수 있어 실제로는 1대1 정도였다. 5급 사무관은 3명만이 공모 신청하는 데 그쳤다. 조직 정서와 눈치 보기 때문이다. 결국 24일 인사에서는 ‘5급 팀장’ 탄생이라는 이변은 나오지 않았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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