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전여옥 <일본은 없다>, 르포작가 취재내용 도용” 판결

등록 2007-07-11 17:51수정 2007-07-11 19:16

전여옥 의원.
전여옥 의원.
[표절에서 판결까지 재구성]지법, 언론 상대 소송 기각
기자에 “너 하나 자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 폭언
작가엔 “옆 공장서 똑같은 신발 만들었기로서니…” 욕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한창호)는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일본은 없다>(저자 전여옥)의 표절 논란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정운현 당시 편집장, 인터넷 정치평론 사이트인 ‘서프라이즈’의 논객 김아무개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전 의원의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의 표절 사실을 1심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문에 나타난 법원의 ‘인정사실’을 토대로 전 의원의 표절에서 소송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했다.

도쿄 특파원 시절 지인 소개로 유재순씨와 친분

<일본은 없다>가 탄생하기까지=전여옥 의원은 지난 1991년 KBS의 도쿄 특파원으로 일본에 건너갔다. 이때 지인의 소개로 당시 일본에서 유명 르포작가로 활동했던 유재순씨와 친분을 쌓았다. 유씨는 1990년께부터 <일본인,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내려고 취재, 자료수집, 초고작성 등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취재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의견을 듣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유씨 주변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유씨 초고 일부 복사해 가…베스트셀러되자 표절 소문 번져


전씨는 자신이 일본에 관한 책을 저술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채 유씨의 취재내용을 들었다. 유씨가 작성한 초고를 보고 일부를 복사하기도 하면서 유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특파원 근무를 마친 뒤인 1993년 9월25일께는 일본에 잠시 들렀다가 2∼3일동안 유씨의 집에서 묵으며 유씨가 작성한 200자 원고지 20장 분량의 초고 4∼5꼭지를 복사해 가기도 했다. 그 뒤 전씨는 1993년 11월 <일본은 없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100만부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한국 출판계와 일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책이 유씨의 취재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여성신문> 기자 취재에 답변 피하다 보도되자 전화로 폭언

<여성신문> 김아무개 기자는 1994년 이런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전씨와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씨는 답변을 회피한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김 기자는 유씨와 출판사 부사장 등을 취재해 <일본은 없다>의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면서 “너 하나 자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내가 여성신문사 사장과 편집국장을 잘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씨가 <여성신문> 사장에게 전화로 항의하는 바람에, 사장이 김 기자에게 취재경위를 확인하기도 했다.

유씨 소송 준비했지만 어수선한 집안일 겹쳐 포기

하지만 유씨는 전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표절 사실을 부인하는 전씨 쪽 주장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승헌 변호사와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1억원의 소송을 해서 승소하면 전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자고까지 했다. 하지만 당시 큰 오빠의 전재산이 경매로 넘어갔고, 쇼크로 아버지가 쓰러지시는 등 집안 사정이 겹쳤다. 또 <여성신문> 기자가 전씨한테 협박을 받은 사실을 알게 돼 내 소송 때문에 애꿎은 사람까지 당할까봐 우려하던 차에 객원 연구원으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유씨 인터뷰 토대로 표절 의혹 보도

10년 만에 다시 불거진 표절 의혹=<오마이뉴스>는 전여옥씨가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뒤인 2004년 7월1일 전 의원 및 유재순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일본은 없다>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전 의원은 △<일본은 없다>는 내 경험을 직접 쓴 책이며 △이 문제가 다시 증폭되고 있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으며 △유씨 주장을 앞세워 나의 명예를 훼손하면 이를 보도한 언론사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씨 “무슨 잘못이냐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반면 유씨는 같은 기사에서 △8년 동안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내용들이 가감없이 절반 이상 그대로 차용됐고 △전씨가 전화로 “옆집 신발공장에서 똑같은 신발을 만들었기로서니 그게 무슨 잘못이냐”고 따지며 임신 8개월인 나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고 반박했다.

인터넷 정치평론 사이트 <서프라이즈>에도 표절 의혹과 관련한 칼럼이 게재됐다. 논객 김아무개씨는 △유씨는 자신의 책 <하품의 일본인> 서문에서 밝힌 (전 의원이 <일본은 없다>에서 유씨의 취재내용을 표절했다는) 내용을 <한겨레>나 <오마이뉴스>가 보도하지 않았고 △유씨는 탁월한 수완가인 전 의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자들을 불신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애초 취재내용 중 나중에 잘못으로 확인된 사실까지 그대로 기재” 증언

명예훼손 손배소와 재판 과정=전 의원은 2004년 <오마이뉴스> 대표, 편집국장, <서프라이즈> 필진 김씨 등을 상대로 “잘못된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유씨가 책 출간을 위한 준비작업을 할 당시 자료수집과 초고 검토를 도왔던 김아무개씨는 법정에서 <일본은 없다>의 표절 사실을 증언했다. <일본은 없다> 속 20여군데 문단과 문장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유씨의 초고내용 및 유씨로부터 들은 취재내용 등과 거의 동일하거나 문구까지 똑같다”고 진술한 것이다. 김씨는 특히, “유씨의 최초 취재내용 중 나중에 취재를 잘못했던 것으로 확인된 사실까지 <일본은 없다> 속에 그대로 기재됐다”며 “<일본은 없다>가 유씨의 취재내용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고”고도 증언했다.

유씨와 친분관계가 있던 오아무개씨도 법정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오씨는 특히,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일본인 교수가 한국 비하 책을 대학원 토론 교재로 사용해 억지로 토론을 시키려고 한 것)을 유씨와 또다른 한 사람에게만 말하고 전씨에게는 말한 적이 없는데, <일본은 없다> 속에 그 내용이 그대로 실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씨 “너무나도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어 항소”

재판 결과와 전 의원 쪽 반박=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전씨가 유씨의 취재내용과 아이디어 및 초고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해 <일본은 없다> 속 글들 중 일부를 작성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오마이뉴스> 등의 명예훼손 행위는 공익성, 진실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없다”고 전씨가 낸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전씨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유씨 쪽 증인의 증언은 사실로 인정하고, 내 쪽 증인의 증언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소송이 기각된 것에 대해 너무나도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고,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겨레>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