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결과 새로 밝혀진 사실
이청장·김회장에 면죄부 줘
“돈의 오만함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수사 외압·은폐 의혹 사건의 성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화 쪽은 사건 무마 등에 드러난 것만도 13억여원의 돈을 썼으며, 심지어 퇴직 뒤 채용 등을 미끼로 경찰 간부들을 회유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검찰도 ‘돈의 오만함’에 굴복하지 않았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의혹투성이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한화그룹 쪽은 피해자 합의금과 사건 무마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모두 13억7천만원을 썼다. 경찰 쪽 로비 명목으로 김욱기(52·구속) 감사에게 건넨 돈이 5억8천만원이고, 피해자 6명 합의금이 7억원, 김 회장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의 공탁금이 9천만원이다.
김 감사가 5억8천만원을 받아 경찰 로비 명목으로 조직폭력배 맘보파 두목 오아무개(54·구속)씨에게 2억7천만원을 건네고 피해자 무마용으로 6천만원을 사용했으며, 나머지 2억5천만원은 자신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특히 김 감사는 “강대원 전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 등 2명에게 주겠다”며 5천만원을 가져갔으나 모두 자신이 챙긴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맘보파 두목 오씨도 2억7천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1500만원을 명동파 두목 홍아무개(54·구속)씨에게 건네고 강대원 전 남대문서 수사과장 등에게 수백만원어치 향응을 베풀었지만, 2억원 가량을 개인적으로 챙겼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결국 경찰들에게는 5억8천만원 가운데 한푼도 건네지지 않았고, 이들은 다만 향응만 접대받았다는 것이다.
강 전 과장 계좌에서 발견된 1500만원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강 전 과장이 현금인출기에 현금을 몇차례에 걸쳐 나눠 입금한 것을 시시티브이 등을 통해 확인했다”면서도 “강 전 과장이 경마 하면서 관련 돈이라고 했고, 한화 쪽에서 나왔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수사 의지가 있었다면 경마장 시시티브이 확인이나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어떤 돈인지 확인했어야 할 부분이다.
한화 쪽은 3월12일 자체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가 수사팀을 철수시킨 강 전 과장 등에게 아들 채용을 미끼로 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건이 남대문서로 이첩된 뒤 한화 쪽 부탁을 받은 맘보파 두목 오씨와 명동파 두목 홍씨는 수사과장실과 술집 등에서 강 전 과장과 이아무개 팀장을 다섯 차례 이상 만났다. 이 과정에서 오씨 등은 강 전 과장에게 “퇴직 뒤 평생 부장급 대우를 해주겠다. 둘째아들을 한화 계열사에 입사시켜 주겠다”며 회유했고, 강 전 과장은 “수사가 끝난 뒤 (아들의) 이력서를 보내겠다”고 답했다. 오씨 등은 이아무개 강력팀장에게도 “특진시켜 주겠다”고 제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철준 1차장검사는 “이런 부탁을 받은 강 전 과장은 피해자 조사도 안 한 상태에서 가해자인 김 회장의 경호과장을 불러 ‘김 회장은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조서를 받았다”며 “이는 사건을 내사종결 하기 위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전 과장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 그쳤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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