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재산 반환청구 못해” 1심 판결
이종광 판사 “판례 변경 기대”
1심에서 대법원 판례와 달리 “명의신탁 재산은 불법원인 급여이므로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결해 관심을 모았던 사건이 항소심에서 조정으로 마무리돼 이 사건에 대한 대법 판결을 받아볼 수 없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합의23부(재판장 성백현)는 지난 6일 채권자한테 집을 넘기지 않으려고 외삼촌 정아무개씨 이름으로 등기를 했던 박아무개씨가 채권 소멸시효가 지난 뒤 집을 되찾으려다 거부당해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박씨가 빌린 돈에 이자 등을 보태 정씨에게 주기로 했으며, 정씨는 박씨 이름으로 집 명의를 바꾸기로 조정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이종광 판사는 지난해 6월 “명의신탁으로 인한 재산은 불법원인 급여이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정씨는 “조카 박씨에게 5천만원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받았으며, 담보조로 등기를 이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동산실명제법은 명의신탁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대법원은 부동산실명제법과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의 원 소유권을 인정해 왔다. 이 판사는 당시 판결문에서 명의신탁이 탈세나 강제집행 면탈 등에 악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된 지 10여년이 지났는데도 대법원이 이전의 견해를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부동산실명제의 제도적 정착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면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15일 “대법원의 상고심 판단까지 받아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또다른 명의신탁 사건을 통해 명의신탁 재산 반환신청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대법 판례가 변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