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희망 업(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 캠페인의 하나로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열린 1일 쪽방체험장에서 참가자 김가연·홍남선씨(왼쪽부터)가 공동수도실에서 장봐 온 쌀로 밥을 짓고 있다. 최저생계비 가운데 식품비는 끼니당 1900원에 불과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학생들 ‘한끼 1900원’ 체험해보니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키가 175㎝를 넘으면 눕기조차 힘든 1~2평짜리 쪽방들이 몰려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촌이다. 대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주민들은 15만~23만원의 월세를 주고 이곳에 산다. 최저생계비 수급을 위해선 주민등록 주소지가 있어야 해, 생명줄 같은 방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이곳에서는 참여연대 주최로 최저 식료품비 일일 체험 행사가 열렸다.
최저생계비에서 식료품비는 한 끼니에 1900원 가량이다. 최저생계비를 실계측하는 방법은 쌀, 육류 등 생활 필수 품목을 가상의 시장바구니에 담아 총액을 합산하는 방식인 만큼, 6명의 대학생 체험자들이 1900원으로 시장을 보기로 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1900원으로 한끼 살아야 하는데 난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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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25·광운대 4학년)씨 등 세 명은 점심·저녁 두 끼 분량 장을 보기 위해 1만1400원(1900원×6) 예산을 받았다. 생수 두 통 2천원에, 쌀값 3천원을 제하니 6400원이 남았다. 식당에서 혼자 먹을 밥값밖에 안 된다고 투덜댔다. 메뉴는 볶음밥과 카레라이스. 반찬 여럿을 하려면 돈이 모자랄 것 같아, 한그릇 음식을 택했다. 장바구니에는 김치(1500원), 소시지(1천원), 카레라이스(1300원), 참치(900원), 달걀 5개(800원), 양파·감자 약간(700원)이 담겼다. 5층 건물에 50여 세대 쪽방이 다닥다닥 붙은 곳에서 먹는 볶음밥이 잘 넘어갈 리 없었다. 쪽방 건물은 볕이 잘 들지 않아 퀴퀴했고, 바퀴벌레도 득실댔다.
김씨는 “매 끼니를 1900원으로 때우려니 너무 힘들다”면서 “끼니마다 김밥 한 줄이나 라면을 먹을 수도 없는 일이고, 목숨은 잇겠지만 과연 과일 한번 사먹을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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