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단에 해외건설협회 명의로 문서 하나가 접수됐다. ‘18일 보도 예정인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 담합 관련 발표를 연기해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짬짜미(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6개 업체(<한겨레> 7월18일치 10면) 가운데 4곳이 현재 쿠웨이트 국영 정유회사의 플랜트 공사 입찰에서 유리한 상황에 있는데, 외국 경쟁사들이 공정위의 발표를 악용하면 불리해진다는 게 이유였다.
공정위는 해외건설협회의 문서를 받고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공정위 직원은 “이번 담합 조사와 관련해 이미 한 달여 전 해당 업체들에 심사 보고서를 보냈는데, 이들 업체는 그동안 쿠웨이트 공사 이야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가 문서를 접수한 뒤 해당 업체들의 입찰 담당자들과 직접 통화를 했지만, 쿠웨이트 공사의 입찰은 아직까지 날짜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예정대로 짬짜미 관련 발표를 했다. 공정위 직원은 “그동안 보면 담합 행위를 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언론에 축소 보도되기를 희망해 오는데, 정부가 그걸 들어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세계 시장에서 수주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는 누구보다 건설사들이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짬짜미 발표가 입찰에 끼칠 악영향을 걱정하기 전에 스스로 책잡힐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더 어이없는 일은 한 신문이 이를 ‘공정위 과징금으로 11조 해외공사 날릴 판’이라고 큼지막하게 보도한 것이다. 이 기사는 짬짜미를 한 건설사들은 아무 잘못이 없고 이를 제재한 공정위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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