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경부고속철도 분기기 비교
동대구~부산 구간 분기기 국산품 채택 안해
비용 낭비·호환성 부족 등 논란 일어
비용 낭비·호환성 부족 등 논란 일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오는 2010년 말까지 완공되는 경부고속철 2단계 동대구~부산 구간(122.8㎞)에 1단계 구간에 적용된 국산 제품을 포기하고 독일 제품을 설계에 반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1단계 구간에서 해당 제품의 국산화에 참여한 국내 업체와 철도기술연구원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국산화한 제품을 쓰지 않아 200여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전체 선로의 유지·관리도 더 어렵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6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실시설계에서, 분기기(갈라지는 선로)를 독일 베베게(BWG) 제품을 쓰도록 했다. 1단계에서는 프랑스 제품을 국산화한 삼표이앤씨 제품을 적용해 왔으나 2단계 구간부터 자갈궤도 대신 콘크리트 궤도로 바꾼 데 따른 결정이었다. 철도공단의 김연국 궤도기술팀장은 “기존의 삼표이앤씨의 분기기는 당시까지 고속철의 콘크리트 궤도에 사용한 사례가 없었다”며 “이미 독일 고속철에 적용돼 안전성이 검증된 베베게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표이앤씨의 노명수 이사는 “프랑스 코지페의 분기기를 국산화해 1단계에 적용했는데, 코지페 제품이 지난 6월 개통한 프랑스 테제베 동유럽선의 콘크리트 궤도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며 “비용도 국산화 제품이 198억원으로 베베게 제품(325억원)보다 130억원 가량 싸다”고 반박했다. 삼표는 분기기 국산화에 4년 동안 17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분기기를 베베게 제품으로 사용함에 따라 선로전환기(분기기를 움직이는 장치) 역시 프랑스 알스톰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삼성에스디에스에서 국산화한 엠제이81을 쓰기 어려워졌다. 철도공단 김종갑 신호기술팀 차장은 “베베게 분기기에 엠제이81 선로전환기를 결합해 쓰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현재 독일 지멘스 에스700케이와 오스트리아의 하이드로스타 선로전환기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철도공단은 9월쯤 선로전환기의 종류와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철도기술연구원의 김용규 열차제어연구팀장은 “테제베 동유럽선의 선로전환기는 국내 1단계 구간 제품과 같다”며 “2단계 구간에서도 삼표이앤씨 분기기를 사용한다면 선로전환기도 엠제이81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1~2단계에서 서로 다른 제품을 사용하면 신호체계가 달라져 사고 대응에 어려움이 있고, 선로전환기 등 부속제품 비용도 기존보다 수십억원에서 100억원까지 더 든다”고 덧붙였다.
엠제이81을 국산화한 삼성에스디에스도 “1단계처럼 삼표이앤씨의 분기기를 쓴다면 엠제이81을 적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이 문제에 대해 감사를 벌였으며, 이달 중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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