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째 농성 중인 이랜드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9일 오후 경찰버스와 경찰병력으로 출입이 통제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 입구에서 쉬고 있다. 이날 오전 이랜드 노사 협상이 결렬된 뒤 이랜드 경영진은 언제든지 공권력 진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노조 “차별없는 고용” …회사 “농성 먼저 풀라”
외주화 철회 유예기간 등 세부현안 인식차 못좁혀
사쪽 “더 협상 없다”…경찰 인권위원 “공권력 반대” 19일 이랜드그룹 노사교섭이 결국 결렬되고, 정부는 경찰력 투입을 통한 사태 해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노-사-정의 대치와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랜드그룹 노사 대표자들은 지난 10일 첫 교섭 뒤, 16~18일 잇따라 밤샘 협상을 벌였다. 노사 양쪽이 각기 핵심 요구사항을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뉴코아는 지난 16일 교섭에서 회사 쪽이 외주용역화 철회 방침을 밝혀, 한때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의 철회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는 회사 쪽의 부속 조건이 알려지면서 다시 타결의 길이 험난해졌다. 이렇게 되면 외주업체 직원들이 계속 계산업무를 맡게 돼, 계약 해지된 이들의 원직 복직이 어렵게 되고 결국 다른 업무로 배치돼 다시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노조 쪽은 말한다. 홈에버에선 마지막 교섭에서 노조 쪽이 핵심 요구사항이던 ‘3개월 이상 근무자에 대한 고용보장’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했지만, 회사 쪽은 “근무태도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재계약하겠다”고 맞섰다. 노조 지도부는 물론이고 일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회사 쪽의 고소·고발과 6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도 핵심 쟁점이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은 양보안을 제시하면서 “일반 조합원들에 대해서라도 고소·고발을 취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 쪽은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노사 양쪽의 태도는 더 강경해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가 매장 점거를 풀어야 다시 교섭을 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또 회사 쪽은 “구체적으로 공권력 투입 요청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회사는 인내할 수 있는 데까지 인내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홈에버 순천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랜드그룹은 더는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할 생각을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산하 단위노조 등에 21일 2차 총력투쟁에 대비한 비상회의를 열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도 경찰력이 투입되더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도다. 특히, 이번 농성을 계기로 터져 나온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의지는 지도부도 예상치 못한 대목이다. 이날 ‘여성노동연대회의’가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연 증언대회에선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들이 받아온 차별과 분노가 그대로 터져나왔다. 지난해 4월부터 뉴코아 강남점에서 일해온 이미경씨는 “9시간을 근무하면서 1시간 쉬고 8시간을 꼬박 서서 일하다 보니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해 방광염을 앓았는데도, 회사는 야간수당이 지급된다는 이유로 야간 시급을 주간 시급 3900원보다 낮은 3500원밖에 주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배가 아파서 서 있기도 힘든데 회사는 ‘법이 바뀌어 생리휴가가 없어졌다’는 거짓말만 했다”며 “물러서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권력 투입 우려가 높아지자, 경찰청 인권위원들은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물리력이 포함된 국가 공권력을 투입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경찰에 전달했다. 황보연 이완 윤영미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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