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땅’ 거짓말탐지기 조사검토 왜?
검찰, 땅매입 당시 포스코개발 사장 소환
김만제 전 포철 회장과 서청원 전 의원이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매입 요구설’을 두고 벌이는 진실게임에 대해 검찰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라는 카드를 꺼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양쪽 가운데 누가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지 검증해 보자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 캠프 쪽의 서 전 의원은 “지난달 7일 골프를 함께 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이명박 후보가 세차례나 찾아와 도곡동 땅을 사달라고 해서 사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발언 당사자인 김 전 회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다 감사원 문답서가 공개되자 ‘당시 파다했던, 도곡동 땅이 이 후보 땅이라는 소문을 전했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당시 골프를 함께 쳤던 박종근 의원과 황병태 전 의원은 ‘그런 발언이 있었다’며 서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는 서 전 의원의 말과 마찬가지로 이중으로 전해 들은 얘기여서 법적인 증거능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거짓말탐지기 카드’를 꺼낸 것은 김 전 회장 등을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반드시 실체적 진실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당사자들에 대한 심리적 압박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쪽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반대할 가능성도 크다. 김홍일 차장검사는 22일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증거능력이 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증거능력으로 인정하는 게 법원의 판례”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을 당분간 소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불러봤자 같은 주장만 되풀이할 게 뻔한 만큼, 김 전 회장을 압박할 다른 물증 찾기에 당분간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수사팀은 지난주부터 이 후보의 처남인 김재정(58)씨의 도곡동 땅 매입자금 추적에 주력하는 한편, 1995년 도곡동 땅을 산 포스코개발(현 포스코건설) 사장과 팀장 등을 불러 조사하고, 현대건설과 포스코개발에 있는 관련 서류들도 일부 확보했다.
김 차장검사는 “(도곡동 땅을 공동 보유하고 있었던) 이 후보의 큰형인 이상은(74)씨와 당시 포스코개발 상무인 김아무개씨가 해외에 머물고 있어 귀국해 조사를 받도록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투자전략담당 상무였던 김씨는 감사원 문답서에서 김만제 당시 회장에게 ‘도곡동 땅의 실질적 소유주가 이명박씨’라고 보고한 것으로 나오는 인물로, 1999년 회사를 퇴직한 뒤 ㄷ금속 사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베트남에서 철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도곡동 땅을 조사했던 감사원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문답서를 열람한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은 “감사원 조사 때 포철 조아무개 부사장이 당시 전아무개 본부장으로부터 ‘지주(김재정·이상은씨)를 만나봤더니 사실상 소유자가 특정인(이명박)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차장검사는 ‘감사원에서도 자료를 제출받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한 자료는 전부 확보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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