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 1심 각하 뒤 항소심
한국산업인력공단 소유의 한 건물 소유권을 두고 육영재단과 공단이 맞붙은 소송이 법조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박정희, 전두환 두 독재정권의 잔재로 빚어진 소송이기 때문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육영수씨는 1969년 4월 어린이 복지를 목적으로 육영재단을 만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73년 10월 산업인력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정수직업훈련원을 만들었다. 육영재단은 74년 12월 정수직업훈련원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4층 아파트의 2·3·4층 방 9곳을 무상으로 빌리는 사용차권 계약을 ‘한가족’인 정수직업훈련원과 맺었다. 이 계약은 기간을 ‘훈련원이나 육영재단이 존속할 때까지’로 정한 사실상의 영구임차계약이었다.
그러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82년 훈련원을 해산해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을 만들었다. 97년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름을 바꾼 이 단체는 99년 공단 산하 기능대학을 이 건물의 소유주로 등기했다.
기능대학은 2004년 박 전 대통령의 둘째딸 박서영(53) 육영재단 이사장에게 “건물을 매각하려 하니 나가달라”고 요청하고 같은해 12월 매각입찰 공고를 냈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신군부가 정수직업훈련원과 공단을 강압적으로 합병해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82년의 합병과 99년의 등기이전은 무효”라며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육영재단은 건물 사용권리를 침해받은 바 없다”며 각하했다. 이에 박 이사장이 지난 3월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 민사3부(재판장 황찬현)에 계류 중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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