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성모병원 진료비 대책위원회’를 함께 꾸린 백혈병 환자 및 보호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가톨릭대 성모병원 후문 앞에서 보건복지부 실사 결과 환자들에게 진료비 28억원을 부당·허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난 병원 쪽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
‘양심 결핍증’ 병원 2제
복지부 실사 결과 드러나…과징금 ‘140억’ 조처키로
가족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분개…병원은 정부탓 “병원이 부당 청구만 하지 않았어도, 그 돈으로 남편을 더 잘 먹이고 더 좋은 약으로 치료받게 했을 거예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가톨릭대 성모병원에는 백혈병 환자 및 보호자, 시민단체 회원 120여명이 모였다. 백혈병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부당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26일 정부로부터 ‘환급하라’는 지시까지 받은 병원 쪽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백혈병에 걸려 치료받던 남편을 지난해 3월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김미정(40)씨도 그 가운데 있었다. 김씨 가정은 남편의 백혈병 치료비를 대다 풍비박산이 났다. 2005년 5월 남편이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지난해 3월 숨질 때까지 병원 치료비로만 6200여만원을 썼다. 돈을 마련하려고 보증금 7천만원짜리 전세방을 단칸방 임대주택으로 바꾸었고, 아는 이들에게 돈을 꾸러 다녀야 했다. 김씨는 “진료비를 2800만원이나 더 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선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26일 내놓은 ‘실사 결과’를 보면,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진료비 28억원을 허위·부당 청구했다. 피해자도 연간 4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앞으로 병원 쪽의 이의 제기와 재검토에 따라 가감의 여지는 있지만, 병원 쪽이 물어야 할 과징금은 14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모병원 쪽은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무원칙한 심사기준을 근거로 ‘부당 청구’로 결정했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성모병원은 “심사평가원이 같은 항목에 대해서도 병원이 청구할 땐 ‘건강보험 비급여’(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지급하지 않는 항목)로 결정하면서 환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급여’로 답하고 있다”며 “무원칙한 보험제도 운용의 허술함을 덮으려 병원을 희생양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성모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눈에 띄게 높은 진료비를 받아왔다”며 “먼저 고액 진료비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에이즈 환자 지원금 수천만원 가로채 원주가톨릭병원, 본인 모르게 간병인 ‘둔갑’시켜 허위청구
잘못 항의하면 내쫓아…환자들 “입원비 2중청구 더 문제” 에이즈 환자 박아무개(54)씨는 지난해 6월 강원도 원주가톨릭병원 호스피스센터를 찾았다. 2003년 생긴 이 센터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죽음을 앞둔 에이즈 말기 환자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그동안 이곳에서는 에이즈 감염 말기 환자 32명 가운데 14명이 숨졌다. 에이즈 감염 사실에 충격을 받아 자살을 시도했다가 상반신 3도 화상을 입은 박씨는 두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그런데도 박씨는 호스피스센터의 간병인으로 등록돼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달에 200∼248시간을 근무하고 매달 60만~90만원씩 600여만원을 받았다는 기록도 있었다. 박씨는 간병근무확인서에는 분명히 자신의 도장과 서명이 있었지만 처음 보는 것이었다. 간병비를 받아본 적이 없는 박씨는 지난 4월 “인생 막장에 있는 사람을 이렇게 이용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센터 쪽은 영문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를 퇴원시켰다. ‘용돈을 주겠다’는 말에 허아무개(56)씨는 센터의 허드렛일을 돕고 몇 차례에 걸쳐 20만∼30만원씩 200여만원을 받았다. 에이즈 발병 뒤 가족 왕래도 끊긴 처지에서 고맙기만 했다. 하지만 근무확인서가 조작돼 1600여만원이 자신에게 지급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환자 전아무개씨도 비슷한 일을 겪고, 센터 쪽에 항의했다가 간병인에서 해지됐다. 이 센터 환자들로부터 이런 진정을 받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9일 원주가톨릭병원 호스피스센터 책임자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원주경찰서는 “책임자를 불러 조사했는데 이름을 도용해 간병비를 허위 청구한 것을 시인했고 1200만원을 질병관리본부에 변상했다”며 “지원금이 부족해 시설 개선비 등으로 썼을 뿐 착복 사실은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정부가 민간과 위탁계약을 맺어 시설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무료시설이다. 또 에이즈 말기 환자들은 간병인을 구할 수 없어 간병 교육을 받은 동료 환자가 돌보고 그 비용은 국비와 자치단체에서 지원한다. 센터 쪽에 이런 식으로 지원된 금액은 최근 3년 동안 8500여만원이었다. 하지만 이곳 환자들은 간병비 허위청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입원비 과다청구 등이 더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호스피스센터의 입원비 2중 지급 등 부정 의혹에 대해 최근 보건복지부에 조사를 요청했다. <한겨레>는 원주가톨릭병원 쪽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이 병원은 “기다려달라”고만 하다가, 끝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원주/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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