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새벽 2시께 서울 뉴코아 강남점 킴스클럽 / 이규호 피디



29일 새벽 그들에게 '기습 점거'란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은 민첩했지만 과격하지 않았다. 불법성만을 따지는 점거라는 말에는, 자신의 일터를 다시 밀고 들어가야 하는 그들의 절박함이 베어있지 않았다. 그들은 이날 자정께 서울 한 장소에 모였다. 회사와 경찰 쪽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터라, 모든 상황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매장으로 이동했다. 서울 뉴코아 강남점 킴스클럽이었다. 진입 시간은 손님들이 많지 않은 새벽 2시께로 정했다. 매장을 지키던 일부 직원들과 가벼운 몸싸움이 있었지만, 매장 진입은 신속하고 간단했다. 그렇게 매장은 10분 만에 다시 '접수'됐다. 새벽 장을 보러나온 손님들을 옆문으로 안내해 모두 내보낸 뒤, 그들은 카트로 매장 입구를 막았다. 경찰의 진입을 막은 것이지만, 어떻게 될지 모를 그들의 앞 길을 막은 것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렇게 절실했다. 매장을 들어가자마자 매일하던 습관처럼 어지러진 매장 물건부터 제자리로 옮겨놓는 아줌마 노조원들의 손길은 눈물겨웠다. 그들 중엔 이미 익숙해진 얼굴들이 많았다.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에서 20여일 동안 농성을 벌일 때 만났던 이들이다. 지난 20일 아들 같은, 동생 같은 경찰들에게 끌려나와, 난생처음 경찰서로 연행되는 험한 일을 당해봤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들에게 씌워진 '법적 굴레'다. 이랜드그룹은 노조를 상대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전국 이랜드 매장에서 점거나 시위, 유인물 배포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지난 25일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앞으로 이를 어기면 노조는 1회당 1천만원, 조합원 한 사람은 100만원씩 회사 쪽에 돈을 물어줘야 한다. 적게는 한 달 80만원 월급을 받는 이들에게 그 돈은 최소한의 생존, 그 이상을 내놓으라는 엄포다. 법은 이미 그들 편이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다시 모였다. 이날 모인 이들 중엔 100여명의 대학생들의 얼굴도 보였다. 홍아무개(22·서울대 3년)씨는 “우리 엄마, 이모들의 이야기잖아요. 우리 사회의 아픔인 비정규직 문제가 언론과 회사쪽, 정부의 물타기로 외면당하는 것을 보고 화를 참을 수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어느 날 거의 모든 신문 1면에 ‘국민들한테 사과한다’ 이랜드의 광고가 실렸더라구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국민들을 속이는 것에 화가 치밀었어요. 또 그 많은 광고비면 우리같은 비정규직 몇 명이나 구할 수 있을까요?”(홈에버 노동조합 조합원) “회사는 외부에 노조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알리지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직원 외주용역 중단을 약속했다지만, 사실상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 나중에 상황을 보겠다는 ‘1년 유예 조항'은 숨기고 있습니다. 다 이런 식입니다.”(최호섭 뉴코아 노동조합 사무국장)

7월 29일 새벽 2시께 서울 뉴코아 강남점 킴스클럽 / 이규호 피디
7월 29일 새벽 2시께 서울 뉴코아 강남점 킴스클럽 / 이규호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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