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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상 최대규모 ‘문화재 털이단’ 잡았다

등록 2005-03-31 18:33

<b>장군석이 기가 막혀</b> 31일 오전 서울 덕수궁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관들과 강신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오른쪽)이 붙잡힌 문화재 전문 절도단한테서 압수한 장군석과 동자석 등 문화재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장군석이 기가 막혀 31일 오전 서울 덕수궁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관들과 강신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오른쪽)이 붙잡힌 문화재 전문 절도단한테서 압수한 장군석과 동자석 등 문화재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4명이 전국돌며 2300점 쓸어…크레인까지 동원

지난 2월15일 저녁 8시. 조선 전기 성리학자인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모신 대구 달성군 도동서원에 문화재 전문절도범인 박아무개(54)씨 등 4명이 숨어들었다. 대보름을 일주일여 남겨둔 달은 잔뜩 낀 구름에 가려 있었고 때마침 빗방울마저 떨어지기 시작해 주변은 어둠과 빗소리만 가득했다.

이들은 익숙한 솜씨로 보물 제350호로 지정된 도동서원 중정단 기단면석 2개를 파냈다. 서원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서원인 만큼 조선 중기에 제작된 기단면석의 아름다움은 익히 소문이 난 터였다. 여의주와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머리와 다람쥐 모양의 동물상이 조각된 40㎝ 크기의 기단면석이 거칠게 뽑혀 나왔다.

지방향교·사찰 등 인적 드문곳 노려
불상·장군석·족보까지…모두 80억원대
절도단 붙잡은 뒤로 연속도난 ‘뚝’

경찰 조사 결과, 박씨 등은 도동서원에서만 수십점의 서적과 문화재를 훔치는 등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일대의 향교와 사찰, 박물관 등을 돌며 2.5t 트럭 3대 분량의 유물 2300여점을 닥치는 대로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가만 8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이들은 임금이 내린 교지부터 탱화는 물론 나무 재떨이와 놋그릇에 이르기까지 돈이 될 만한 것은 무조건 훔쳤으며, 지난해 8월 전남 보성의 한 박물관에서 신라시대 광배(불상 뒤에 놓는 장식)와 좌불상 등 덩치가 큰 유물을 훔칠 때는 크레인이 달린 2.5t 트럭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의 ‘절도 품목’에는 안동 권씨·밀양 박씨·덕수 이씨 등 종갓집 족보도 빠지지 않았다.

훔친 물건은 대구에서 고미술상을 하는 장물 알선책 정아무개(46·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19범)씨의 창고에 보관했으며, 눈에 띄기 쉬운 불상 등은 대구 근처의 논에 파묻어 감춰두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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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과 경찰은 지난 19일 충남 서산 해미향교(도기념물 제117호)에서 도난당한 <청금록> 등 고서 8권도 이들이 훔친 것으로 확인했으며, 최근 잇따라 도둑맞았던 목포 달성사의 목조 지장보살반가상(전남 유형문화재 제229호·회수), 용비어천가·연려실기술·고려사 등 강릉 선교장이 소장하고 있던 고서적 등 유물 163점도 이들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절도단이 잡힌 뒤로 매주 1건 이상씩 일어나던 문화재 절도가 사라진 점을 들어 박씨 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량으로는 이번이 역대 최대 규모의 문화재 절도”라며 “인적이 드물고 관리가 소홀한 지방의 향교와 사찰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3월에만 문화재청에 신고된 도난 문화재는 모두 8건 800여점에 이른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1일 박씨와 정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이 훔친 문화재를 사들인 서울 종로구 ㅂ박물관장 권아무개(63)씨 등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전남의 한 뫼에서 조선시대에 제작된 장군석 등 20억원 상당의 문화재 6점을 훔친 또다른 일당을 검거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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