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엄마 “마귀 씌웠다” 교인 말에… 목사 할아버지는 암매장 지시
안수기도를 한다며 3살배기 딸을 때려 숨지게 한 20대 엄마와 주검을 야산에 암매장토록 한 할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구리경찰서는 13일 31개월 된 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황아무개(28)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손녀의 주검을 야산에 암매장하도록 지시한 혐의(사체유기 교사)로 이 교회 목사인 할아버지 문아무개(57)씨와 암매장에 가담한 집사 박아무개(50)씨를 구속했다.
황씨는 2005년 10월7일 오전 4시께 남양주시 한 교회에서 “딸(당시 3살)의 몸에 나쁜 기운이 있어 안수기도를 해야 한다”며 손바닥으로 가슴과 등을 마구 때린 뒤 의식을 잃은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씨는 손녀의 주검을 야산에 매장할 것을 지시했으며, 박씨는 이틀 뒤인 9일 주검을 종이상자에 담아 다른 교인 2명과 함께 포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황씨는 교회 주방에서 김을 먹고 있는 딸을 보고 교인들이 “딸의 몸에 마귀가 있어 먹을 것을 찾는다”고 말하자 “안수기도를 해야겠다”며 딸의 온몸을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황씨는 사건 직후 시아버지 문씨의 지시로 친정집 등에 숨어지내다, 이를 알게 된 친정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황씨의 남편은 해외 선교활동 중이어서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