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김지나씨 석방 소식이 알려진 13일 밤 피랍자 가족들이 경기 성남시 피랍자대책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발언하고 있는 이는 김지나씨의 오빠 김지웅씨.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기쁨과 미안함 섞여…남은 피랍자 가족들 “누군들 어떠냐”
“미안합니다. 누구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데, 단지 아파서 풀려 오다니…, 모두들 함께 왔어야 했는데….”
13일 밤 9시55분께 마침내 김경자(37)씨와 김지나(32)씨 등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이 확인되자 김지나씨의 어머니 선연자(60)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해당 가족들은 시커멓게 타들어간 숯덩이 가슴에서 쏟아져 내리는 굵은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기쁨과 미안함이 섞인 듯했다. 아직 19명의 인질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김지나씨의 오빠 김지웅(35)씨는 “아파서 풀려났다니 건강이 걱정되지만 나머지 인질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기쁨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또 김경자씨의 오빠 김경식(38)씨도 “고맙고 송구스럽다”라는 말만 되뇌었다. 석방자 가족들은 손꼽아 기다리던 소식을 접하고도 기쁜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다.
또한 인질 석방이란 모처럼의 ‘낭보’ 속에서도 샘물교회는 여전히 고통과 긴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남은 19명의 인질 가족들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아쉬움과 불안감도 섞여 있었다. 더욱이 이번 석방에서 제외되고, 가장 늦게 풀려날 수도 있는 5명의 남성 피랍자 가족들은 애써 아픔을 감췄다.
피랍자 가족들은 하지만 이번 인질 석방으로 “나머지도 모두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사귀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석방이 확정되고도 풀려날 인질이 누구인지를 놓고 하루종일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석방 인질이 공식 확인되자 “모두 우리 자식들이고 형제자매인데 누군들 어떠냐”며 “일단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일제히 환영하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외교통상부에서 밤 9시57분께 공식 통보를 받았으며 ‘석방 인질들의 건강은 생각보다 비교적 양호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인질이 무사히 석방될 때까지는 단 한순간도 맘을 놓을 수 없는 게 가족들의 처지”라며 “모든 인질이 석방될 때까지 국제사회를 향해 인도적 차원의 도움을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아프간에서 피랍됐다 이미 죽임을 당한 배형규(42) 목사의 형 배신규(45)씨는 인질 석방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머지 인질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고 말하며 울먹여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피랍 26일 만에 석방된 김지나씨는 평소 척추질환을 앓아왔고 지난달 아프간 출국 당시에는 진통제를 갖고 떠났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1남1녀 중 막내인 김씨는 2005년에도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아프간에서는 어린이 교육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함께 풀려난 김경자씨는 지난달 29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를 통해 숨진 심성민(29)씨를 비롯해 이지영(36·여)씨 등의 피랍자 육성 공개 때 이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보도됐지만 유독 김씨 목소리만 공개되지 않았었다. 특히 김씨는 지난달 31일 <알자지라> 방송이 공개한 피랍자 동영상에서도 히잡을 두룬 채 초췌한 모습으로 나와 가족들의 애를 끓게 했다. 김씨는 이번에 봉사활동을 가면서도 가족들이 걱정할 것을 염려해 “‘아프간’이 아니고 ‘두바이’로 간다”고 말했다. 샘물교회 유치부 교사로 활동해 온 김씨는 서울 서초동의 회사에 휴가를 내고 봉사단에 합류했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009@hani.co.kr
이날 아프간에서 피랍됐다 이미 죽임을 당한 배형규(42) 목사의 형 배신규(45)씨는 인질 석방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머지 인질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고 말하며 울먹여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피랍 26일 만에 석방된 김지나씨는 평소 척추질환을 앓아왔고 지난달 아프간 출국 당시에는 진통제를 갖고 떠났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1남1녀 중 막내인 김씨는 2005년에도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아프간에서는 어린이 교육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함께 풀려난 김경자씨는 지난달 29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를 통해 숨진 심성민(29)씨를 비롯해 이지영(36·여)씨 등의 피랍자 육성 공개 때 이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보도됐지만 유독 김씨 목소리만 공개되지 않았었다. 특히 김씨는 지난달 31일 <알자지라> 방송이 공개한 피랍자 동영상에서도 히잡을 두룬 채 초췌한 모습으로 나와 가족들의 애를 끓게 했다. 김씨는 이번에 봉사활동을 가면서도 가족들이 걱정할 것을 염려해 “‘아프간’이 아니고 ‘두바이’로 간다”고 말했다. 샘물교회 유치부 교사로 활동해 온 김씨는 서울 서초동의 회사에 휴가를 내고 봉사단에 합류했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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