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씨
‘대성 회장차 담당 40년’ 자서전 낸 정홍씨
“지금 운전 중입니다.”
수화기 너머 대성의 정홍 차량정비과장은 오늘도 김영대 회장의 차를 직접 몰고 있었다. 1942년생이니 올해 만 65살, 대부분 정년퇴직을 했을 나이. 하지만 그는 어김없이 새벽 6시면 일어나 6시30분쯤 김 회장 집에 도착한다. 직원들보다 1시간반 일찍 출근해 공부하는 게 평생습관이 된 동갑내기 회장과 늘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14일 회사 사랑과 김 회장과의 추억, 나이 들어서도 일하는 기쁨을 듬뿍 담은 자서전 <네 바퀴의 행복>(밀바 펴냄)을 펴냈다.
“대성에 들어간 게 벌써 42년이에요. 회장님 차를 몬 건 40여년이고. 한 10년 전부터 운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내놓을까 생각했어요. 회장님의 다음 일정을 기다리며 운전석에 앉아 틈틈이 일지형식으로 메모했던 게 바탕이 됐죠.”
젊은 시절 지금의 김영대 회장을 만났을 때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이도 같은데, 재벌 2세라 하니 자그마한 실수에도 큰일나지 않을까 했죠. 하지만 회장님의 자상한 마음 씀씀이에 이 나이까지 현역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 해온 ‘운전’이라는 직업에 그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었다. “외국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심히 운전하는 사람들을 봐요. 깨끗하고 깍듯하고, 우리도 외국인이 공항에 오면 처음 맞는 한국인이 운전기사들 아닙니까. 그런 이야기들을 운전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었어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자기 회사에 대해 긍지와 애정을 가지면 회사도 잘되고 자신도 잘되더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김 회장은 “책도 나왔어?”라며 ‘허허’ 웃음과 함께 축하를 해줬다고 했다. 자서전엔 사고 때문에 1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는데 나무라는 말이라고는 “정홍씨 너무합니다”라는 한마디만 하더니 이후 자초지종을 알고는 오히려 사과했던 회장의 모습도 그려졌다.
그의 개인 차 트렁크에는 언제나 대성을 소개하는 카탈로그가 들어 있다. 시키는 이도 없었지만, 늘 회사 홍보에 앞장서 왔다. “회장님은 70살까지 하라지만 누가 될 것 같아서 …”라면서도 정 과장은 언제나 ‘현역 운전기사’이자 ‘대성인’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는 17일 서울 종로구 대성 본사에서 출판 기념회를 연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대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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