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가 서울 종로2가 종로타워 앞에 세워 놓은 ‘바르게 살자’ 조형물 앞을 19일 오전 외국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바르게살기협, 300여곳에 건립
“시민계도 독재의 유물…시대착오적 조형물”
“시민계도 독재의 유물…시대착오적 조형물”
거리에 ‘바르게 살자’고 새긴 큰 돌덩어리를 세우면 ‘바르게’ 사는 데 도움이 될까?
지난 6월 서울의 도심 한복판인 종로2가 6번지 종로타워 앞에 커다란 돌덩어리가 놓였다. 시내버스와 비슷한 높이의 이 돌덩어리엔 한 쪽 면에 ‘바르게 살자’라는 글귀가, 다른 쪽 면에 ‘바르게 살면 미래가 보인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관변단체인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가 세운 것이다.
서울 종로구는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가 이 돌을 세울 수 있도록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 종로구청 건설관리과는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가 행정자치부의 협의기관이고, 설치된 조형물이 공공성과 계도성을 담고 있다고 판단해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지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곳곳 거리에 이런 돌 300여개를 세웠다. 서울에는 종로2가와 신촌 오거리, 고려대 앞 삼거리, 은평구청 앞, 서대문 불광천, 금천구 시흥사거리, 구로구 구민회관 앞, 노원구 노원골공원, 강북구 북한산 솔밭공원 등 9곳에 설치됐다.
바르게살기운동 종로구협의회는 “임원들의 모금으로 설치 비용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전국에 ‘바르게 살자’ 표석 1천개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에 대해 회사원 최종석(34)씨는 “60~7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비석을 21세기 서울 종로에 세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조직폭력배들이 몸에 ‘착하게 살자’라는 문신을 새기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조형물”이라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거리는 중요한 공공재이고,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기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거리를 어떻게 더 아름답게 꾸밀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한다”며 “이 돌은 서울의 가장 중요한 상징인 종로의 경관을 망치는 흉물”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바르게 살자’라는 문구를 통해 시민을 계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독재의 유물”이라며 “유치하고 시대착오적인 조형물”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의 안진걸 사회창안팀장은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며 최근 행정용 펼침막도 모두 없애겠다고 밝힌 서울시가 이런 조형물을 거리에 설치하도록 허용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서울의 중심인 종로에 미학적으로 아무런 가치를 찾을 수 없는 돌을 설치한 것은 서울시의 정책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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