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현수준 취재접근권’ 보장하기로
일부 부처 기자실 유지 주장은 설득력 약해
일부 부처 기자실 유지 주장은 설득력 약해
정부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본격 시행하면서 일선 기자실 곳곳에서 ‘정-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행정기관의 성격에 따라 갈등의 양상은 세가지 정도로 나타난다.
■ 일선 경찰서=경찰청이 지난 14일 공개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 초안은 경찰관에 대한 전화·면담 취재 때 반드시 홍보관리관을 거치도록 하고, 허가를 받더라도 경찰관을 기사송고실 옆 접견실에서만 만나도록 제한했다. 이는 일선 경찰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종전까지 자유로왔던 기자들의 경찰서 출입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서는 다른 중앙행정기관과 달리 일반 시민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민원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일반 시민도 출입하는 곳을 기자만 못 들어가게 한다는 점은 부당하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경찰청·지방경찰청 등 상급기관과 일선 경찰서를 분리하고, 일선 경찰서는 형사계·조사계 등 일부 부서의 출입을 자유화하겠다는 방침을 한 차례 밝혔다. 경찰 수뇌부는 나아가 일선 경찰서는 기존 관행처럼 출입제한을 아예 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외교통상부=외교부 기자단은 지난 20일 국정홍보처 방선규 홍보협력단장과의 간담회에서 ‘현 수준의 취재접근권’을 공식 문서로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사전 약속을 통한 사무실 방문과 대면접촉 허용 △협의를 전제로 한 엠바고(보도 유예)와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 브리핑 실시 △전화취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에 국정홍보처는 22일 현 수준의 취재접근권 보장을 외교부에 일임하겠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기자단은 23일 회의를 거쳐 세부 항목을 담은 공식문서를 국정홍보처에 보내기로 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전부터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해 왔다. 사무실을 방문하려면 사전약속이 필수였다. 이런 취재관행이 정착돼 있었기 때문에 기자단이 요구한 취재접근권은 정부 방안과 큰 괴리가 없었다. 기자단도 정부 방안의 본질보다는 현실적인 취재접근권 문제로 한정해 접근했다. 심층 배경브리핑 등 정부와 언론 간 협력 필요성이 좀더 큰 편인 업무 성격도 배경이 되고 있다.
■ 다른 정부부처=최근 노동부·건설교통부·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과학기술부 기자단도 잇따라 정부 방안을 비판하면서, 기존의 기자실 유지를 요구했다. 논리는 “건교부는 중앙행정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문제점이 많아서” “정통부는 통신요금이나 정보기술 부문 정책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복지부는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민생 현안을 다루는 부처여서” “과학 대중화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서” 등이다. 독자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논리 구성이다. 때문에 기자들이 관성과 기득권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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