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즈 레이덤이 찌그러진 아시아나 화물기
이륙뒤 ‘퍽’ 사고…오스트리아 빈까지 야간 운항
아시아나항공의 한 화물기가 인천공항에서 이륙 30분 만에 항공기의 앞부분 노즈 레이덤이 찌그러지면서 기상 레이더가 고장나는 사고를 당했으나, 11시간 이상 걸리는 오스트리아 빈까지 야간 운항을 강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6월 제주~서울간의 한 여객 항공기가 소낙비구름 속으로 무리하게 운항하다가 우박을 맞아 노즈 레이덤이 떨어져나가고 조종석 유리창이 깨진 채 비상 착륙하는 사고를 겪은 바 있다.
건설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의 말을 종합하면, 8월14일 밤 11시17분 인천을 출발한 아시아나 785편 화물기(기종 보잉 747-400F)는 중국 연안의 2만5천피트 상공에서 ‘펑’ 소리와 함께 노즈 레이덤이 지름 40㎝, 깊이 10∼20㎝ 가량 찌그러졌다.(사진)
이 사고로 노즈 레이덤 안의 기상 레이더 감지장치가 손상되면서 기장(안토니오 페라로)과 부기장의 기상 레이더 2대가 모두 고장났다. 그러나 기장은 아시아나항공 운항통제실과의 협의 뒤 오스트리아 빈까지 11시간13분 동안 기상 레이더가 고장난 채 야간 운항을 강행했다. 이 화물기에는 기장과 부기장을 포함해 4명이 타고 있었고, 자동차와 엘시디, 이동전화 등이 실려 있었다.
이 화물기는 8월15일 새벽 3시(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도착한 뒤 30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노즈 레이덤과 기상 레이더를 수리하고 최종 목적지인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
한 항공기 조종사는 “이 노선은 이륙에서 착륙까지 12시간 동안 계속 밤인데다 초승달이 뜨는 때라 밖이 더 캄캄해서 기상 레이더 없이는 운항이 불가능하다”며 “조종사가 뭔가 잘못 판단했거나, 회사에서 계속 운항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조종사도 “항공기 장비 매뉴얼(설명서)인 ‘엠이엘’(미니멈 이큅먼트 리스트)를 보면, 두 기상레이더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며 “두 개가 모두 고장난 상황이라면 가까운 공항에 착륙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고를 조사 중인 건설교통부 이광희 항공안전지도팀장은 “이번 사고는 노즈 레이덤 표면에 생긴 지름 2㎜ 가량의 작은 구멍이 바람의 압력을 받아 안쪽으로 푹 꺼지면서 기상 레이더 감지장치가 고장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기는 표면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있으면, 그 틈새로 강력한 풍압이 작용하기 때문에 자칫 항공기가 파열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홍보실 마재영 차장은 “기상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았지만 기장이 안전 운항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운항을 계속했다”며 “조종사는 매뉴얼과 당시 기상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한 것이고, 회사의 계속 운항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찌그러진 노즈 레이더 돔 부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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