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자료사진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외압 사건’때 청장 퇴진 주장했다고…
일선 경관들 “총수가 애꿎은 부하에 책임 전가” 반발
이택순(55) 경찰청장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외압 의혹 사건 당시 자신의 퇴진을 주장했던 황운하 총경(45·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징계에 나섰다. 이를 두고 일선 경찰관들 상당수가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총수가 애꿎은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24일 “복무규율 위반 혐의로 황운하 총경 징계가 요구돼 다음주 중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오늘 황 총경에게 징계위에 출두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황 총경은 경찰 수뇌부가 김 회장 보복폭행 사건 은폐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경찰청누리집 경찰관 전용방에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경찰청 감사실은 지난달부터 황 총경 감찰에 나섰고, 최근 조사 결과를 이 청장에게 보고했다.
경찰공무원법에서는 경찰기관장은 징계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징계위원들은 경찰청 국장·관리관 가운데 경찰청장이 지명한 5~7명으로 꾸려진다.
감사관실은 “노무현 대통령도 국무회의 석상에서 ‘특별히 드러난 잘못도 없는데 임기가 보장된 경찰청장의 퇴진은 나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고, 경찰청 시민감사위원회도 청장에게 징계를 권고했다”며 “이를 떠나서, 경찰 조직에서 부하가 총수의 거취를 언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총경급 간부는 “보복폭행 외압 의혹 사건 당시 수뇌부의 잘못으로 경찰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고 조직이 크게 흔들렸고 황 총경은 그 와중에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그런 발언을 하게 됐다”며 “그런데도 황 총경의 발언이 조직을 흔든 것처럼 본말을 전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선 경찰서 경정급 간부도 “당시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하루에 400~500명 가량의 경찰관들이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그 대부분이 청장의 퇴진을 거론하는 내용이었다”며 “황 총경은 이것을 정리해 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일선 경찰서 경위는 “당시 게시판에서 청장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 상당수 올라왔지만 모두 삭제돼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경찰이 취재선진화 방안을 이유로 개별적인 언론 접근을 금지했는데, 황 총경 징계와 더불어 이제 내부 비판이 더욱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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