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환씨
검정고시 최고령합격 정영환씨 “나이는 숫자…전문대 진학 꿈”
지난해 검정고시에서 전국 최고령으로 고교 입학 자격을 딴 정영환(78·사진·대구 수성구 만촌동)씨가 한 해 만인 올해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도 최고령으로 합격했다.
정씨는 26일 이 소식을 듣고 “체력은 처져 있지만, 정신은 하늘로 솟아올라 있다”고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1일 치른 올해 제2회 고입·고졸 검정고시에서 60살 이상 응시자는 471명, 합격자는 152명이었다.
그는 올해 체력이 부쩍 떨어져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함께 공부한 고령자 7명 가운데 반장을 맡았다. “마음은 5학년 7반(57살을 빗댄 말)이라며 공부 분위기를 살렸지요.”
일제 때 인천 강화군 불은초등학교를 나온 뒤 가정 형편으로 학교를 더 다니지 못했고, 1948년 입대해 77년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육군대학도 다녔지만, 학력을 떠올릴 땐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했다.
세탁소를 운영하고 공인중개사로 뛰며 2남1녀를 기르고는, 2년 전 대구 범어동 성당이 연 야학의 문을 두드렸다.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지만 월~토요일 저녁 7~10시 열리는 야학 수업을 꾸준히 다녔다. 몇 년 전까지 전국 산을 올랐고, 지금도 날마다 맨손체조를 하는 습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고 여긴다.
가까운 전문대의 관광과(일본어 전공)에 진학하려 한다는 정씨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공부를 하고 싶다면 포기하지 말고 바로 시작하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번 고입·고졸 검정고시에는 3만1834명이 응시해 1만7341명(54.47%)이 합격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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