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기업범죄 양형기준 마련 실질처벌을”

등록 2007-08-27 20:32수정 2007-08-27 22:39

미국의 대표적 기업범죄 처벌 현황
미국의 대표적 기업범죄 처벌 현황
시민단체·학계 제안
“시장 신뢰 깨는 반사회적 범죄” 공감대 형성
미국은 처벌수위 높이고 판결문·기소장 공개

법원이 기업범죄를 억제하지 못하는 사유를 내세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범죄에 대한 양형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를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양형기준을 만들어 합리적이지 않은 감형 및 집행유예는 선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양형위원회를 출범시켜 이런 작업들을 하고 있다. 개정된 법원조직법은 양형위원회 설치와 양형기준 설정을 못박고 있으며, 법관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양형기준을 존중해야 하는 규정 등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까지도 기업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다른 범죄보다 낮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낮은지, 어느 정도 형량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사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자료수집과 분석 등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법원 안에서도 기업범죄의 형량이 낮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에 적절한 양형기준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학계는 양형기준 설정 외에도 △기업범죄인들에게 실질적인 징벌 효과가 있는 실형(자유형)을 선고하고 △엄청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며 △벌금, 집행유예, 실형 등으로 나뉜 형의 종류를 법인 해산, 주식 추징 및 공모 금지 등으로 확대하는 보완책을 제안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횡령이나 배임 같은 기업범죄는 단순히 회삿돈을 빼돌리는 개별 기업 차원의 범죄가 아니라, 시장에 대한 신뢰를 깨고 우리 사회의 경제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기업범죄 억제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처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범죄에 대해 엄한 책임을 묻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은 2001년 ‘엔론 사태’를 계기로 기업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 엔론의 전 최고경영자에게는 분식회계, 자금세탁 등을 통해 회사의 자산과 이익을 부풀린 혐의로 20년 복역 이전까지는 풀려날 수 없는 징역 24년과 2600만달러 변제가 선고되기도 했다.

또 2002년 6월 미 대통령 산하에 법무부 및 재무성 등이 참여하는 기업범죄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유죄 평결을 이끌어내고, 주요 사건들의 판결문 및 기소장까지 일반에 공개해 언론이나 학계 등의 감시를 가능하게 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범죄 전력이 없다” 자의적으로 해석
“총수 지시 따른 것” 전문경영인 면죄부

‘집행유예 사유’ 단골메뉴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 및 전문경영인들은 “범죄전력(전과)이 없다”거나 “총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특히 ‘범죄전력 없음’은 전체 106명 가운데 56명에게 실형을 면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기업범죄 이외의 다른 범죄에서도 범죄전력은 집행유예나 감형의 중요한 사유로 고려된다.

하지만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기업범죄인들에게 유리한 형을 선고하기 위해 ‘범죄전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한 재벌 회장의 1심 판결 당시 재판부는 ‘강제추행죄와 도박죄에 대한 벌금형 이외에는 전과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고 비판했다.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55명(51.9%)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에 대해서는 법원이 전문경영인의 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경영인은 재벌 총수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받아들인 것은,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나 전횡을 견제하고 회사 및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문경영인의 구실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법원이 오히려 더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소심 선고를 앞둔 정몽구(69) 현대차그룹 회장이 선처를 호소하며 제시한 ‘사회공헌’과 ‘경제발전 기여’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는 8명(7.5%)에 지나지 않았다. 최 팀장은 “사회공헌과 경제발전 기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 정도가 아니면 주장하기 힘든 정상참작 사유”라며 “이를 근거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야말로 재벌 봐주기의 극치”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