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보호시설에는 신체·정신장애자와 알콜중독자 등 180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설에서 환자들의 진단과 치료를 위임하고 있는 의사는 3명 뿐. 그나마 정신과 전문의는 1명 뿐이었고, 1주일에 2차례 정도 진료했다.
이 시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정신과 전문의 전아무개씨와 박아무개씨는 2005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1주일에 2~3차례씩 이 시설에 왕진을 갔다. ‘의료급여법’은 미리 왕진신청서를 구청에 내 왕진결정 통보를 받고 왕진한 뒤 의료급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씨 등은 1주일~한달 가량 걸리는 통보를 받지 않은 채 진료를 한 뒤 1700여만원과 800여만원의 의료급여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았다”며 전씨에게 6800여만원, 박씨에게 32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은평구청도 “부당이득금”이라며 전씨 등이 받은 의료급여 비용에 대해 징수처분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안철상)는 28일 전씨 등이 보건복지부와 은평구청을 상대로 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두 사람이 받은 급여를 지자체가 징수하는 것은 옳다”면서도 “보건복지부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씨 등의 행위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급여 지급 범위를 넓힌 면이 있다”며 “환자들도 전문 지식을 갖춘 전씨 등으로부터 적시에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고 평소 입소시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현실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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