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피랍자 전원 석방 합의 소식이 전해진 28일 저녁 경기도 성남시 피랍자가족모임 회의실에서 차성민 대표(마이크 앞에 선 이) 등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소식 듣자마자 교회 달려와 서로에게 격려
“살아 돌아오지 못한 고인들 안타까울 뿐”
“살아 돌아오지 못한 고인들 안타까울 뿐”
‘피랍자 전원석방’ 가족 표정
“명화야, 경석아, 지영아!”
침묵과 탄식, 통곡으로 가득 찼던 분당 샘물교회에는 40일 만에 환호성이 울렸다. 일부 가족들은 피랍자의 이름을 부르며 기뻐 어쩔 줄 몰라했다.
28일 저녁 샘물교회에 모여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벌어지는 협상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가슴을 졸이던 피랍자 가족들은 ‘19명 전원 석방’이라는 긴급 뉴스가 전해지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눈물을 흘렸다. 지옥이 따로 없었던 41일 동안의 고통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피랍자 가족들은 친지들에게 전화로 석방 소식을 알리며 실로 오랜만에 밝게 웃었다. 또 소식을 듣고 달려온 교회 관계자들과 같은 교회 신도들은 기도실에서 박수를 치며 서로 격려하기도 했다.
인질로 잡혀 있는 서명화(29)·경석(27)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57)씨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우리 19명의 자식들을 꼭 살려달라고 염원하고 기도해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에 이런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됐고, 정부 당국자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곧이어, 납치된 아들, 딸의 이름을 부르며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석방된 김지나(32)씨의 오빠 김지웅(35)씨는 “동료들을 두고 먼저 돌아온 미안함 때문에 맘고생이 심했다”며 “지나도 이제 제대로 잠도 자고 먹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최근 다른 인질에게 석방을 양보해 화제가 된 이지영(36)씨의 오빠 이종환(39)씨는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바람이 그대로 이뤄져 너무 기쁘다”며 “특히 남자 피랍자들도 무사히 돌아오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석방을 양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솔직히 섭섭하기도 했었다”고 뒤늦게 당시의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정란(33)씨의 동생으로 피랍자 가족모임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훈(29)씨는 “부모님께 연락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며 “가정 사정 때문에 어려서부터 떨어져 지낸 탓에 그동안 누나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못해준 게 후회됐는데 이제부터 제대로 된 동생 노릇을 하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가족들로선 처음으로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아내 김윤영(35)씨를 기다리는 절절한 심경을 쏟아내 화제가 됐던 류행식(36)씨는 “아이들한테 엄마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주게 돼 너무너무 좋아하고 있다”며 “하지만 고인이 된 두 분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담담한 심경을 전했다. 가족들은 지난 26일부터 대면협상 재개는 물론 피랍자 전원 석방설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에서도 “그 어떤 보도나 소문도 정부의 공식 확인 때까지는 믿지 않겠다”면서 냉정함을 잊지 않았지만, 석방이 최종 확인된 이날엔 흥분의 밤을 보냈다.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가장 먼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린다”며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 주고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함께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가족들을 보면 너무도 안타깝다”며 “모두가 무사히 왔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탈레반한테 살해된 심성민(29)씨의 매형 신세민(33)씨는 “19명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처남 생각에 아쉬우면서도 기쁜 마음”이라며 “나머지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온다니 그걸로 마음의 보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풀려나는 19명은 대부분 분당 샘물교회 청년회 소속 신도들로 열흘 일정으로 아프간에 갔다. 이들은 현지에서 의료 봉사와 어린이 교육 활동을 벌이고 나서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다 납치됐다. 이 가운데 최근 다른 인질에게 석방을 양보했던 이지영씨를 비롯해 임현주, 박혜영씨는 1~3년 전부터 아프간에 머물며 봉사 활동을 해왔으며, 통역과 현지 안내를 위해 이번에 한국에서 온 봉사단에 합류했다가 인질로 잡혔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009@hani.co.kr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이 28일 저녁 경기 성남시 피랍자가족대책위 사무실에서 인질 19명 전원 석방 소식을 듣고 감격에 겨워 울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이정란(33)씨의 동생으로 피랍자 가족모임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훈(29)씨는 “부모님께 연락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며 “가정 사정 때문에 어려서부터 떨어져 지낸 탓에 그동안 누나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못해준 게 후회됐는데 이제부터 제대로 된 동생 노릇을 하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가족들로선 처음으로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아내 김윤영(35)씨를 기다리는 절절한 심경을 쏟아내 화제가 됐던 류행식(36)씨는 “아이들한테 엄마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주게 돼 너무너무 좋아하고 있다”며 “하지만 고인이 된 두 분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담담한 심경을 전했다. 가족들은 지난 26일부터 대면협상 재개는 물론 피랍자 전원 석방설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에서도 “그 어떤 보도나 소문도 정부의 공식 확인 때까지는 믿지 않겠다”면서 냉정함을 잊지 않았지만, 석방이 최종 확인된 이날엔 흥분의 밤을 보냈다.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가장 먼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린다”며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 주고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함께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가족들을 보면 너무도 안타깝다”며 “모두가 무사히 왔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 환호 한국 협상단과 탈레반이 피랍자 19명을 전원 석방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알려진 28일 저녁 경기 성남시 피랍자가족대책위 사무실에 모여 있던 가족들이 친지들에게 전화로 석방 소식을 알리며 밝게 웃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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