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샘물교회 권혁수 장로가 30일 정부의 구상권 청구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샘물교회, 외교부 요구로
항공·치료비·운구비 부담
현지 봉사단 9명 철수 끝내
“당분간 선교 중단할 것”
항공·치료비·운구비 부담
현지 봉사단 9명 철수 끝내
“당분간 선교 중단할 것”
30일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들의 석방이 마무리되면서 43일 동안 이어진 피랍 사태도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무리한 선교여행에 나서 화를 불렀다”는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아 이번 사태의 파장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서 발생한 비용 일부를 당사자들에게 청구하는 ‘구상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실제부담 원칙’에 근거해 정부가 납부한 항공료와 운구비용, 후송비용 등의 청구를 검토 중”이라며 “연간 1천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오늘날,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아프간 선교를 계속할 뜻을 밝힌 데 대해 “그분들이 말로는 자기들이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정부가 풀어야 한다”며 “상황이 눈에 띄게 호전되지 않는 한 (아프간에 대한) 여행금지국 지정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구상권 행사 방침에 대해 분당 샘물교회 권혁수 장로는 “이미 풀려난 대원들의 귀국 항공료와 희생자 두 명의 운구비 전액, 치료비를 교회에서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장로는 “현지 봉사단 9명의 철수는 지난 24일로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피랍자 가족들은 비판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석방된 이정란(33·여)씨의 동생 정훈(29)씨는 “비난 여론을 생각하면 돌아와도 걱정”이라며 “인터넷에 떠 있는 악성 댓글을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한국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 재고를 촉구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9일 한국 개신교 선교사들이 문화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공격적인 선교를 감행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태가 한국 개신교가 성숙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소개했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도 “피랍자들의 석방은 한국 교회들이 아프간 선교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국민 기술자 1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있는 독일 정부는 테러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다시 천명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30일 “독일 정부의 행동 방식과 범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인 녹색당 대변인도 “한국인 인질 석방은 좋은 일이지만, 정치적으로는 탈레반에 승리를 안겨주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물라 압둘라 탈레반 사령관은 30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납치는 적들을 압박하는 돈 안 드는 좋은 전략”이라며 “미국과 아프간 정부를 고립시키기 위해 그런 전략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질 사건은 우리의 전략적 승리”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동맹국 국민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을 중재했던 부족원로인 모함마드 자히르 카루티는 이전에 아프간에서 발생한 인질사건에선 현금이 오갔지만 이번에 탈레반은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남/김기성, 서수민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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