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가 총체적 부실 운영으로 학교와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판자를 덧대 수리한 낡은 책상. 사진제공 예인음악예술고 학부모
[현장] 익산 예인음악예술고의 어처구니 없는 부실 운영
6년째 지하수만·학생 감전사고…화장실·기숙사 ‘엉망진창’
6년째 지하수만·학생 감전사고…화장실·기숙사 ‘엉망진창’
“겉으로만 보기 좋게 잔디가 깔린 운동장이 있으면 무엇합니까? 속으로는 교실, 실습실, 기숙사가 엉망입니다. 이런 교육 환경을 두고 음악 전문학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1일 오전 10시께 찾은 전북 익산시 춘포면 예인음악예술고 교무실. 이 학교 1학년 학부모 5명이 모여 학교의 총체적 부실 운영을 얘기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학교는 수돗물이 공급되는데도 지하수를 먹는다. 2000년 3월 문을 연 이 학교는 6년 가량 지하수를 사용하다가 2005년 11월부터 상수도가 들어왔다. 그런데도 계속 지하수를 이용해 왔다. 학생들은 배가 자주 아프다고 하며 목 부분을 만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학부모들은 최근 익산시 상하수도사업단에서 이 학교가 그동안 수돗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고발 영상] ‘익산 예인음악예술고, 이 학교를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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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상수도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또 올해 4월에서 7월까지도 상수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나머지 기간(대부분 방학 때)만 매월 3~18t 이용했을 뿐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매달 평균 20t 가량을 사용한다. 학교 쪽은 “(비용 절약을 위해) 요리할 때는 상수도를 쓰고, 설거지와 청소는 지하수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주변이 농약을 사용하는 논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축산농가가 많은 왕궁면이 인근이다. 학부모들은 최근 전북대 물환경연구센터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보기 좋은 잔디운동장…그러나 겉만 번지르르
6년째 지하수만 사용…학생들 “배 아프다”고통 호소 학부모들은 학습권의 침해에 대해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정교사가 2명뿐이다. 전 학년 3개반이 있는 이 학교는 교사 8명을 확보해야 한다. 이 학교는 모자라는 부분을 기간제 교사와 시간제 강사로 대체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한 교사가 5과목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고, 교사가 너무 자주 바뀌어 학생들은 혼란스럽다. 실용음악 실습실에는 악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피아노학교로 출발해(2001년 9월 피아노고교에서 음악예술고로 교명을 바꿈), 그나마 허름한 피아노만 10여대가 있을 뿐이다. 취재가 시작된 1일 행정실로 드럼 1대가 배달됐다. 정교사는 단 2명뿐, 한명이 5과목 가르쳐
여자 기숙사에도 곰팡이와 거미줄, 화장실 ‘엉망진창’
학생들이 거주할 기숙사도 엉망이다. 이틀 뒤면 개학이지만, 여자기숙사 벽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고, 거미줄이 쳐져 있으며, 습한 냄새가 많이 난다. 남자기숙사는 상태가 더 심하다. 화장실 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냉장고는 먼지와 녹이 가득 끼어 있다. 1학기 때는 교실에서 감전사고도 발생했다. 원아무개(16·1년)군 등 2명이 노출된 콘센트에 감전돼 뒤로 나가 떨어졌다가 한참 만에 일어났다. 아버지 원하연(48)씨는 “아들이 지금도 전기기구를 무서워해 만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은 학생들의 자퇴·전학으로 이어졌다. 학년당 모집 인원이 40명이지만, 현재 1학년 10명, 2학년 16명, 3학년 22명 등 모두 48명만 학교를 다닌다. 1학년은 1학기 만에 4명이 빠져 나갔다. 경기도 평택에서 온 김아무개(16·1년)군은 지난달 20일 수도권 학교로 전학갔다. 아버지 김영수(48)씨는 “아들이 월요일에 학교를 가면 ‘나를 이곳에 왜 보냈어, 감옥이야, 나 지금 뛰쳐 나갈 거야” 등의 문자메시지를 자주 보냈다”고 말했다. 학생들 감전사고까지…“감옥이야, 뛰쳐 나갈 거야”
이 학교 이아무개 교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교육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이 교장이 자주 새벽까지 피아노를 연주하는 바람에 학생들이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는 것이다. 교장이 거주하는 관사는 남학생 기숙사와 바로 붙어 있다. 이런 열악한 현실은 이 학교가 설립 당시 전북도교육청 등의 지원을 전혀받지 않는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즉 법인에서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료 등으로만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이다. 최학주 전북교육청 사학지원 담당은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예인고는 자립형 사립고(전주상산고 등)처럼 법인 책임하에 운영한다”며 “수업료와 재단에서 낸 돈으로 운영해야 하지만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벽까지 피아노 치는 교장에 학부모들 “자질 의심스럽다”
관할 전북교육청은 “잘 하는 학교는 아니다” 수수방관만
두선희 전북교육청 장학사는 “이 학교 실습실은 피아노만 그나마 갖추고 있을 뿐, 실용음악 쪽은 제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시설 보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난주 전북교육청 감사담당관은 “올 상반기에 정기감사를 실시했으나, 잘 하는 학교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감사 내용은 정보공개법상 언론 등에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을 알고도 전북교육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전북교육청에 최근 민원을 제기했으나 “교장과 면담하고 시정하도록 행정지도했다”는 답변을 할 따름이다. 구체적이지 못한 감독기관의 미온적 대응이다. 김영수씨는 “감독을 소홀히 한 전북교육청도 책임이 크다”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특수목적고로의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여러차례 이아무개 교장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사장까지 겸한 이 교장이 학교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행정실 직원들은 근무한지 얼마되지 않아 학교 사정을 잘 몰랐다. 교장과 두차례 만남을 가진 학부모들은 “이 교장이 ‘내가 사표내겠다, 다들어 주겠다. 학생이 주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1학년 학부모들은 수업환경 개선과 이 교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개학날인 3일부터 수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운동장 한쪽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학교’라는 말이 새겨진 큰돌이 비를 맞으며 을씨년스럽게 우뚝 서 있었다. 익산/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보기 좋은 잔디운동장…그러나 겉만 번지르르
6년째 지하수만 사용…학생들 “배 아프다”고통 호소 학부모들은 학습권의 침해에 대해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정교사가 2명뿐이다. 전 학년 3개반이 있는 이 학교는 교사 8명을 확보해야 한다. 이 학교는 모자라는 부분을 기간제 교사와 시간제 강사로 대체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한 교사가 5과목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고, 교사가 너무 자주 바뀌어 학생들은 혼란스럽다. 실용음악 실습실에는 악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피아노학교로 출발해(2001년 9월 피아노고교에서 음악예술고로 교명을 바꿈), 그나마 허름한 피아노만 10여대가 있을 뿐이다. 취재가 시작된 1일 행정실로 드럼 1대가 배달됐다. 정교사는 단 2명뿐, 한명이 5과목 가르쳐
여자 기숙사에도 곰팡이와 거미줄, 화장실 ‘엉망진창’
익산 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의 여자 기숙사.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낡은 책상과 의자는 물론 벽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고, 거미줄이 쳐져 있으며, 습한 냄새가 많이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제공 예인음악예술고 학부모
학생들이 거주할 기숙사도 엉망이다. 이틀 뒤면 개학이지만, 여자기숙사 벽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고, 거미줄이 쳐져 있으며, 습한 냄새가 많이 난다. 남자기숙사는 상태가 더 심하다. 화장실 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냉장고는 먼지와 녹이 가득 끼어 있다. 1학기 때는 교실에서 감전사고도 발생했다. 원아무개(16·1년)군 등 2명이 노출된 콘센트에 감전돼 뒤로 나가 떨어졌다가 한참 만에 일어났다. 아버지 원하연(48)씨는 “아들이 지금도 전기기구를 무서워해 만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은 학생들의 자퇴·전학으로 이어졌다. 학년당 모집 인원이 40명이지만, 현재 1학년 10명, 2학년 16명, 3학년 22명 등 모두 48명만 학교를 다닌다. 1학년은 1학기 만에 4명이 빠져 나갔다. 경기도 평택에서 온 김아무개(16·1년)군은 지난달 20일 수도권 학교로 전학갔다. 아버지 김영수(48)씨는 “아들이 월요일에 학교를 가면 ‘나를 이곳에 왜 보냈어, 감옥이야, 나 지금 뛰쳐 나갈 거야” 등의 문자메시지를 자주 보냈다”고 말했다. 학생들 감전사고까지…“감옥이야, 뛰쳐 나갈 거야”
익산 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 비치된 교사용 컴퓨터. 먼지가 가득하다. 박임근 기자
이 학교 이아무개 교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교육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이 교장이 자주 새벽까지 피아노를 연주하는 바람에 학생들이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는 것이다. 교장이 거주하는 관사는 남학생 기숙사와 바로 붙어 있다. 이런 열악한 현실은 이 학교가 설립 당시 전북도교육청 등의 지원을 전혀받지 않는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즉 법인에서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료 등으로만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이다. 최학주 전북교육청 사학지원 담당은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예인고는 자립형 사립고(전주상산고 등)처럼 법인 책임하에 운영한다”며 “수업료와 재단에서 낸 돈으로 운영해야 하지만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벽까지 피아노 치는 교장에 학부모들 “자질 의심스럽다”
관할 전북교육청은 “잘 하는 학교는 아니다” 수수방관만
익산 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의 남자 기숙사에 있는 냉장고. 먼지와 녹이 슬어 있고 식수가 없어 학생들이 사다놓은 생수통이 안에 들어 있다. 박임근 기자
3학년 교실 복도의 천장은 페인트가 벗겨져 있다. 학부모가 항의하자 지난 30일부터 부랴부랴 공사를 했지만 아직도 시설이 엉성하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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