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 개발사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감사원은 6일께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을 불러 철도청이 사할린 유전 개발에 참여하게 된 배경 및 은행대출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주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이번 의혹의 핵심인물인 전대월(43) 하이앤드 사장 등 4~7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했다.
◇‘철도청이 웬 유전사업?’=철도교통진흥재단은 “철도공사는 연간 3800억원어치의 유류를 구입해, 고유가 시대에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투자를 걸정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 간부들은 “유전사업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유전개발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철도청이 뛰어든 사할린 유전은 유전개발 전문업체인 석유개발공사가 포기한 사업이다. 더욱이 철도가 전철화되고 있는 추세와 맞지 않다.
◇코리아쿠르드오일 설립과 주식 인수 의혹=철도공사는 자회사격인 철도교통진흥재단이 코리아쿠르드오일㈜을 세워 유전개발권을 가진 러시아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코리아쿠르드오일은 지난해 9월3일 러시아의 알파에코와 620만 달러에 자회사이자 사할린 6광구 개발권을 갖고 있는 페트로사크사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10%인 620만달러(62억원)를 계약금으로 지급했다.
코리아쿠르드오일은 민간유전개발업체인 쿡에너지(대표 권아무개·18%)와 부동산투자업체인 하이앤드그룹(대표 전대월·42%), 허아무개씨(5%)가 각각 대주주로 참여했다. 그러나 하이앤드 그룹은 참여 직후 부도가 나는 등 대주주들의 신용상태가 좋지 않았다.
철도재단은 사업에 따른 손실 대비책으로 대주주인 전씨에게 담보를 요구해 900억원대의 부동산을 제공받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담보를 설정하지 않았다. 철도재단은 알파에코와 인수 계약을 맺자, 전씨, 권씨가 가지고 있는 코리아쿠르드오일 지분 60%에 대해 ‘러시아와 계약이 완료된 3개월 뒤 120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양도·양수계약을 했다. 철도재단은 “은행이 대주주들의 신용을 문제삼아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주식을 인수한 것”이라고 밝혀 코리아쿠르드오일의 주주 구성에 잘못이 있음을 시인했다.
◇정치권 개입됐나?=13대 국회 때 아무개 의원 보좌관을 지낸 전씨가 동향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과의 친분을 평소 과시하고 다닌 데다가 지난해 10월 신 철도공사 사장이 국회로 이 의원을 찾아가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의원 쪽은 “인사차 방문한 신 사장이 유전사업을 한다고 해 ‘철도청도 유전사업하느냐?’고 되물어 봤을 뿐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사장이 이 의원 쪽 인사에게 “정부의 비축유자금을 유전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쪽은 “철도공사의 유전 개발사업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고 전씨와도 관계 없다”고 강조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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