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과천 집=신정아씨 학력 위조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기도 과천시 문원동 자택. 과천/연합뉴스
장관 시절 미술품 구입 영향력 행사 단서
직권남용·제3자 뇌물죄 적용 등 가능성 열어
직권남용·제3자 뇌물죄 적용 등 가능성 열어
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를 비호한 의혹을 받고 있는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검찰 수사도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수 임용) 추천과 (기업체 후원) 부탁 정도로는 직권남용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던 검찰도 직권남용과 제3자 뇌물수수죄 적용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 미술품 구입 압력?=가장 최근 부각된 의혹은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 등으로 재직하며 신씨와 관련된 미술품을 구입하도록 다른 정부 부처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부처의 미술품 구입에 관해 수사 중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대상 정부 부처가 여러 곳인지를 묻는 질문에 “한 곳인지, 여러 곳인지 말할 수 없다”며 “초기부터 수사를 한 것은 아니고, (해당 부처로부터) 미술품 구입과 관련된 자료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미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 재직 시절 신씨가 일했던 성곡미술관으로부터 그림들을 구입해 집무실에 걸어 놓았으며, 장관 비서관이 신씨와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작품 가격을 정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그림들이 적절한 값으로 매입됐는지와 함께 변 전 실장이 다른 부처의 미술품 구입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도 변 전 실장이 기업들에 신씨가 기획한 전시회를 후원하도록 압력을 넣었는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다. 구 차장검사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변씨가 기획한 전시회를 후원한 관계자들을 불러 후원 경위 등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한 기업체 임원은 “검찰에서 성곡미술관 후원과 관련해 있는 그대로 경위를 얘기했다”며 “(변 전 실장과 고교 동기인) 사장에게서 따로 지시를 받지는 않았다고 진술했고 검찰이 그 부분을 더이상 세게 추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채용 대가 있었나?=변 전 실장이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에게 신씨를 교수로 추천하면서 동국대 쪽에 대가성 편의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동국대 고위 관계자가 신씨가 교수로 임용된 2005년에 변 전 실장과 만나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교발전기금 100억원 모금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풀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실장이 신씨를 교수로 추천한 사실 자체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 대가로 어떤 편의를 봐줬다면 이는 처벌 대상이 된다.
한편,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홍 전 총장의 추천을 받아 그의 제자를 정책보좌관에 임용한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계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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