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학력위조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에 14일 오후 한 문화관광부 공무원이 출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압수영장 기각 사흘 지나도 재청구 “검토중”
청와대 컴퓨터 확보도 시간끌기…배경 관심
청와대 컴퓨터 확보도 시간끌기…배경 관심
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집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재청구를 계속 미루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중요한 증거물로 본다”던 변 실장의 청와대 업무용 컴퓨터 확보에도 시간을 끌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변 전 실장과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장윤 스님 등 주요 참고인 4명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자,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영장 재청구가 불가피하다”며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사흘이 지난 14일까지도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검찰이 이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으로는 우선 영장 청구 사실이 공개돼 압수수색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도 13일 “압수수색은 밀행성이 생명인데 영장이 기각돼 노출되고 상대방에서는 증거를 인멸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 재청구 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뒤늦은 압수수색이더라도 증거물 확보를 아예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에서,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가 압수수색영장 대상자들의 범죄 혐의 관련성을 소명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 서울서부지법의 한 관계자는 “영장 기각 이유는 압수수색 대상자들의 범죄 연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서였다”고 밝혔으며,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내용 일부만 써서 영장을 청구하고 나머지는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컴퓨터 확보에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대검은 수사팀 확대와 함께 컴퓨터 확보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고, 청와대도 12~13일 “검찰의 협조 요청이 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여전히 “청와대 쪽과 협의 중”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은행 계좌나 전자우편 계정은 압수수색이 늦어져도 증거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다소 늦어져도 큰 상관은 없다”며 “그러나 변 전 실장이 사용하던 개인 컴퓨터 등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한시라도 빨리 확보해야 하는데, 수사팀이 미적거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3일부터는 “압수수색 없이 변 전 실장을 부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어, 압수수색과 관련한 검찰의 속내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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