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제11호 태풍 ‘나리‘가 제주지방을 강타한 가운데 물에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입구 일주도로 변에서 한 여성운전자가 웅덩이에 빠진 차량을 버리고 대피하고 있다. 연합
17명 사망·실종…곳곳 침수·정전
오늘 오전 동해로 빠져나가
오늘 오전 동해로 빠져나가
강한 소형 태풍 ‘나리’가 16일 제주와 전남 고흥 등을 거쳐 경북 안동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곳곳에서 사망·실종과 침수, 정전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또 태풍이 남해안과 경북 내륙을 휩쓸면서 수확을 앞둔 농작물도 큰 피해가 났다. 태풍 피해는 집계가 될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순간 최대 풍속 50m가 넘는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11호 태풍 ‘나리’가 강타한 제주와 전남·경남·부산에선 이날 밤 11시30분 현재 모두 1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날 오후 5시22분께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 교수아파트 부근에서 강아무개(54) 교수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로 발견되는 등 이날 제주에선 태풍으로 6명이 숨졌으며, 고아무개(51)씨 등 5명이 급류에 실종됐다.
제주에선 한라산 성판악에 최고 556㎜를 비롯해 제주시 노형동에 445㎜의 ‘물폭탄’이 쏟아지고, 낮 12시께 제주시 고산지역에서 순간 최대 풍속이 52m를 기록하는 등 강풍과 폭우가 이어졌다. 이날 제주시에 내린 비는 1927년 기상관측 이래 하루 강우량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이에 따라 제주 도착 1편과 출발 6편을 뺀 162편의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되고, 제주 기점 6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도남동 제석사 부근 도로에선 차량 수십대가 폭우에 휩쓸려 파손됐고, 제주대·한라병원 등 제주시내 병원에는 주택가 유리창이 깨지면서 손이나 팔다리 등을 다친 환자들로 만원을 이뤘다.
전남 신안군 불무기도 남동쪽 2.6㎞ 해상에서는 오후 3시40분께 목포 선적 안강망어선 607 대운호가 높은 파도로 침몰해 선원 2명이 실종되고 1명이 숨졌다. 또 장흥 대덕면 옹암리에서는 집 뒷산 옹벽이 무너지면서 주택을 덮쳐 최아무개(65)씨가 매몰돼 숨졌다. 강풍으로 송전시설이 고장나면서 고흥·완도지역 주택 수천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다.
태풍이 정면으로 강타한 여수지역도 곳곳에서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이 깨졌다.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선 오아무개(41)씨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고, 경남 창녕군에선 중국인 노동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기상청은 “16일 오후 6시15분께 고흥으로 상륙한 태풍은 17일 오전엔 동해 쪽으로 완전히 빠져나가겠다”고 예보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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