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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양정고 산악부 출신 이끌고 에베레스트 등정 나선 남선우씨

등록 2005-04-04 17:52수정 2005-04-04 17:52

“어려움과 직면하려 산에 오른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고교 1년생. 그가 고교산악부 옆 복도를 지나다 후배를 ‘사냥’하던 선배에 의해 ‘강압적으로’ 산악부에 가입했다.

그 주 일요일엔 선배들에 의해 인수봉에 끌려갔다. 암벽등반이었다. 중턱쯤 올라가 폭우가 쏟아지자 산악부장은 대원들을 모두 하산시키면서 두 선배에게 “저 녀석을 데리고 정상까지 다녀오라”고 했다. 변변치 않은 옷을 입은 첫 산행에서 그는 저체온 증으로 졸다 두 선배에게 수 없이 뺨을 맞았다. 지금 산에 내려가면 다시는 산에 올 일을 없으리라 수 없이 다짐했다. 죽을 고비 끝에 내려와 먼저 하산한 선배들이 끓여놓은 라면을 입천장이 데도록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야, 너 잘하던데!”하고 지나갔다. 그와 정상까지 동행한 2학년 형이었다.

선배의 그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양정고 산악부장과 중앙대 산악부장을 거쳐 88올림픽 폐막식에 맞춘 에베레스트 원정대 등반대장이었던 남선우 씨(50).

그가 다시 2일 에베레스트-로체 원정을 떠났다. ‘양정고 설립 100돌’을 맞아 설립일인 오는 5월 12일 에베레스트와 로체 정상에 양정고 깃발을 꽂기 위해서다. 이번 등반대원 14명은 전원 양정고 산악부 출신으로만 구성됐고, 단장은 양정고 고인경 총동창회장이 맡고 있다.

양정고 산악부가 만들어진 것은 일제시대인 1937년이었다. 1931년 일본인들이 만든 조선산악회가 있긴 했지만 같은 해 사회인산악회 백령회와 함께 한국인들이 만든 최초의 산악회였다. 나라 잃은 식민지국의 젊은 학생들은 백두산, 금강산 등 잃어버린 산하를 누비며 독립을 위한 호연지기를 길렀다고 한다.

“‘산에 왜 가느냐’고요? 어려움에 직면하기 위해서죠. 앞길이 불확실하지 않다면 도전에 의미가 없겠지요. 내게 다가오는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정신적인 깨달음을 얻는 것이지요.”

2001년 등산잡지 <마운틴>을 발행하고 10여개 등산학교에서 등산문화를 전하기도 하는 그는 “높은 산을 여러 개 등정하는 것이 최고가 아니다”며 “어떤 장애인에겐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이 8천 미터급 고봉을 정복하는 것보다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이렇게 무려 50일 간을 가정과 직장을 뒤로 한 채 과감히 에베레스트-로체 행을 결단한 것도 실은 고1 때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았던 인수봉 등정을 통해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살게 한 양정산악부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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