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삼·영배·한갑수·장윤 등 핵심 참고인들
신정아 영장 기각으로 수사 쉽지 않을듯
신정아 영장 기각으로 수사 쉽지 않을듯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부지검이 18일 이번 사건 핵심 참고인 4명의 이메일 계정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들 중 일부에 대해 모종의 혐의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주말과 이번주 초에 걸쳐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영배 동국대 이사장,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장윤 전 동국대 이사 등 4명의 이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해 내용을 분석했다.
특히 검찰은 영배 이사장의 경우 집무실과 관사,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이날 전격 재소환 조사까지 벌임으로써 수사의 초점이 동국대로 모이고 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신씨가 올해 2월 이사회에서 학력위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영배 이사장을 여러 차례 접촉한 사실을 밝혀내고 경위와 금전 거래 여부 등을 추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번 사건의 본류인 임용·선임 과정과 신씨 학력위조 의혹 은폐 경위에 관한 수사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검찰이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 한갑수 전 이사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를 벌이면서 그 이유에 대해 "그 동안 수사를 하면서 (한 전 이사장의) 진술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확인됐다"고 설명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검찰이 이들 `핵심 4인방'의 이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던 지난 주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인 셈이다.
검찰이 `아직까지는 참고인에 불과하다'면서도 이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신씨가 2005년 9월 동국대 조교수로 임용되고 올해 7월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과 신씨의 학력위조 의혹이 한때 은폐됐다가 폭로되는 과정을 이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신씨의 `사기행각'을 돕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나 학력위조 의혹 은폐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정황상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검찰이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단순히 참고인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며 수사 진전에 따라서 언제든 `피내사자'나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날 신정아씨에 대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이 이들에 대한 구체적 혐의를 잡아내는 것은 상당히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기삼 전 총장은 2005년 학내의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신씨 임용을 강행했으며 신씨에게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직과 동국대 교수직을 겸직토록 허용하는 파격적 조건을 제공했던 인물이다.
그는 또 올해 2월 장윤스님이 이사회에서 신씨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했을 때 이를 극구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배 이사장은 2005년 당시 이사로 재직하면서 신씨 임용 의결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올해 이사장 취임 이후 장윤스님이 해임된 5월 29일 이사회와 불교계 매체 대상 7월 2일 간담회 등에서 신씨의 학위가 진짜로 확인됐다고 발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신씨의 학력위조 사건이 은폐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영배 이사장이 고의적으로 신씨 학력위조 의혹을 숨기려 했던 것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검찰은 그가 알면서도 모른체 했을 가능성, 의심하거나 짐작했으면서도 굳이 파헤치지 않았을 가능성, 적극적으로 비호했을 가능성, 전혀 몰랐을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추궁하고 있다.
한갑수 전 이사장은 신씨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하기 직전인 6월 말과 7월 초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정위원들을 개인적으로 불러 신씨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
신씨 학력위조 의혹을 2월 15일 이사회에서 폭로했던 장윤스님도 지난달 하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외압 의혹이 불거진 후 언론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는가 하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을 모르고 15일 중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무산되는 등 `의심쩍은' 행동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이 신정아씨 영장 기각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이들 4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신씨 사기행각의 이면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유력인사들의 청탁·외압 의혹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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