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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종교적 양심의 진정성 늦게나마 알아줘 감사”

등록 2007-09-18 23:48

‘양심적 병역거부’ 7년째 싸워온 양지운씨
“2000년 6월, 중범죄인처럼 굴비처럼 엮여서 면회하러 들어오는 큰아들을 봤어요. ‘양심을 지키려는 사람한테 국가가 과연 저럴 수 있는가’ 싶었죠. 육군 헌병대로 찾아간 첫 면회날이었어요. 그리고 7년이네요!”

성우이기 이전에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세 아들을 둔 아버지라고 말하는 양지운(60)씨, 양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족협의회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18일 정부가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할 때, 양씨와 세 아들은 김치찌개에 아침을 먹던 중이었다. 7년 만에 이룬 소원이었다. 양씨는 “식구들끼리 그저 빙긋 웃었지만, 군대 대신 교도소를 다녀온 큰아들, 그 아들을 2년 동안 옥바라지 한 아내, 교도소를 갈 결심을 굳히고 있었던 두 아들과의 아침식사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하는 양씨에게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을 물었다. 양씨는 “한 방송사의 토론에 나간 뒤 ‘군대를 안 가는 게 양심이면 군대 다녀온 나는 비양심이냐’는 말을 들었을 때”라고 털어놓았다. 양심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웠고, 군대와 감옥 중 감옥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말로는 너무 잔인하단 생각도 했다. 양씨는 “아마 오늘부터 치열한 찬반 논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좀더 성숙한 합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못지 않게 가슴아팠던 순간도 떠올렸다.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에서 “당신들은 당연히 감옥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양씨는 “아량으로 서로를 인정할 수 없는 그 분들을 보면서 그냥 지켜봐주기만 했으면 했다”고 그 때의 심경을 회상했다.

하지만 양씨는 “예전의 아픈 기억들은 대체복무의 기회가 주어진만큼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아들들과 “현역보다 두 배의 복무를 하도록 한 것은 군대 회피라는 불신 때문”이라며 “교도소에 갈 결심 못지 않게 마음을 더 단단히 먹고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나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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