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학력위조 사건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직권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영배(英培·54) 스님은 지난해 5월 역대 최연소 동국대 이사장으로 선출돼 지금까지 재직하고 있다.
영배 스님은 현재 동국대 이사인 영담 스님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니는 과천 보광사 주지인 종훈 스님 등과 마찬가지로 조계종 주요 파벌 중 하나인 보림회 소속이다.
영배 스님은 1966년 통도사에서 경하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1971년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1998년 총무원 호법부장에 이어 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요직을 거쳤고 2004년 울산 흥덕사를 창건해 회주로 재직하고 있다.
영배 스님이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장윤스님 해임안이 가결된 5월 29일 이사회와 7월 2일 불교계 매체 간담회에서 "신씨의 학위가 진짜임을 확인했다"고 발언해 결과적으로 신씨의 학력위조가 한때 은폐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동국대는 7월 20일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영배 이사장은 상임이사로 재직하고 있었으나 신정아씨가 임용되기 전에 사표를 낸 상태였으므로 신씨 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사회 회의록 확인 결과 영배 스님은 신씨 임용이 의결된 2005년 8월 30일 이사회에 본인이 참석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나 동국대가 자체 조사 발표 당시 이 사실을 숨겼던 이유에 대해 의혹이 쏠리고 있다.
또한 영배 스님은 같은 보림회 소속인 과천 보광사 주지 종훈스님을 통해 이 사찰 신도인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영배 스님이 회주로 있는 울산 울주군 흥덕사가 울주군청을 통해 국가교부금 10억원을 배정받으려고 한 데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국대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배 이사장은 6월 초순께 신정아씨의 논문표절 관련 최초 제보를 접했으며 6월 20일께 학교측의 내사 진행을 통보받았다. 공식적인 조사 내용이 보고 되기 이전까지 학교의 최고 책임자로서 허위학력 사실을 언론에 공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영배 이사장이 자청한 7월 2일 불교계 매체 간담회에서 "신씨의 학위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당시 영배 이사장이 신씨 학력위조 사건을 숨긴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동국대는 흥덕사에 관련된 울주군의 특별교부세 신청 문제에 대해 "모든 절차는 울주군과 협의를 거쳐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진행됐고 압력은 없었다"며 "또 신정아씨에게 개인적으로 금전을 건네거나 편의를 제공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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