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때 대리운전하며 세차례 범행 금품 빼앗아
인적드문 주차장서 여성만 표적…빚보증에 범행
인적드문 주차장서 여성만 표적…빚보증에 범행
현직 경찰관이 상습적으로 부녀자를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까지 일삼다 붙잡혔다. 특히 이 경찰관은 비리 혐의로 면직됐다 복직한 뒤 경찰 내부의 ‘관리대상자’였던 것으로 밝혀져 경찰의 인사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 늦은 밤 여성 운전자만 표적=경기 고양경찰서의 한 지구대 소속인 이아무개(39) 경사는 지난달 29일 밤 11시30분께 전철 일산선 대화역 환승주차장에서 승용차에 시동을 걸던 김아무개(33)씨를 흉기로 위협해,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손을 묶고 입을 막은 뒤 인근 산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그는 지난 2월8일 밤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또다른 김아무개(34)씨를 납치해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올 2월부터 이곳에서만 모두 5차례에 걸쳐 부녀자를 상대로 납치와 강간을 일삼고 150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경사는 밤늦게 환승주차장에 숨어 있다 혼자서 승용차에 타 시동을 거는 여성 운전자만을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 이어 문을 여는 순간 뒷문을 열고 차 안으로 따라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환승주차장에서 부녀자 납치가 잇따르자 지난달 말부터 잠복근무에 들어가 19일 저녁 8시45분께 김아무개(37·여)씨를 흉기로 위협해 납치한 뒤 차량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 이 경사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 경사는 경찰 차량이 뒤를 막아서자 들이박고 달아나려다 여의치 않자 조수석 문을 열고 도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이 경사에 대해 강도강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근 수년 동안 고양·파주 등 경기 북부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10여건의 강도·강간 사건과의 관련성을 조사중이다.
■ 치밀한 범행=이 경사는 체포 당시 사복 차림에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고, 지문이 발견되지 않도록 손가락에 테이프를 감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특히 이 경사는 피해 여성으로부터 신분증을 빼앗은 뒤 여성이 직접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게 하면서 “주소 등 신분을 모두 알고 있으니 도망가거나 신고하면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학교에서 범인을 잡으려고 배운 기술에 교도소를 수시로 드나드는 강력범들이 하던 수법을 더해 그대로 활용한 것”이라고 한탄했다. 경찰은 이 경사가 대화역 주차장을 범행 장소로 택한 것은 대리운전을 하면서 주변 지리와 치안이 허술한 곳이라는 점을 잘 알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사는 지난해 10월 친형의 사업 보증을 섰다가 3억원의 빚을 져 월급을 압류당하자 부인과 자녀 2명 등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경사는 빚에 쪼들리자 올해 초부터 비번 때는 자신이 범행을 저지른 대화역 일대에서 대리운전을 해왔다.
대화역 환승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양종합운동장 부설 주차장은 차량 120대를 주차할 수 있는 노천 주차장으로, 지하철 환승을 위해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곳은 조명시설이 있지만 늦은 밤 시간에는 주차 차량이 많지 않고 인적이 거의 없다. 경찰 내부 관리 허술=1989년 순경으로 임용돼 김포경찰서에서 일해온 이 경사는 97년 광명경찰서에 근무하던 도중 금품수수로 해직됐다 무혐의 판결을 받고 이듬해 복직했다. 이 경사는 이후에도 근무 태도가 좋지 않아 근무지를 자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공무원 윤리 규정을 위반하고 형의 빚 보증을 서는가 하면 도박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일산경찰서에서 고양경찰서로 배치돼 경찰 내부의 ‘관리대상자’가 됐다. 관리대상자는 경찰 내부의 감시를 받는 직원으로, 이 경사의 경우 지구대장이 한 달에 한 번씩 근무태도 등에 대한 동향보고서를 작성해 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런 이 경사가 지난 9개월 동안 계속 강력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점에서 경찰의 직원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청은 20일 이 경사를 파면하고, 지휘 계통에 있는 경기경찰청장과 고양경찰서장, 생활안전과장 등 8명에 대해 직위해제·서면경고 등 조처했다. 또 경기지방경찰청과 합동감찰반을 꾸려 정밀 감찰 조사에 나섰다. 고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대화역 환승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양종합운동장 부설 주차장은 차량 120대를 주차할 수 있는 노천 주차장으로, 지하철 환승을 위해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곳은 조명시설이 있지만 늦은 밤 시간에는 주차 차량이 많지 않고 인적이 거의 없다. 경찰 내부 관리 허술=1989년 순경으로 임용돼 김포경찰서에서 일해온 이 경사는 97년 광명경찰서에 근무하던 도중 금품수수로 해직됐다 무혐의 판결을 받고 이듬해 복직했다. 이 경사는 이후에도 근무 태도가 좋지 않아 근무지를 자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공무원 윤리 규정을 위반하고 형의 빚 보증을 서는가 하면 도박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일산경찰서에서 고양경찰서로 배치돼 경찰 내부의 ‘관리대상자’가 됐다. 관리대상자는 경찰 내부의 감시를 받는 직원으로, 이 경사의 경우 지구대장이 한 달에 한 번씩 근무태도 등에 대한 동향보고서를 작성해 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런 이 경사가 지난 9개월 동안 계속 강력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점에서 경찰의 직원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청은 20일 이 경사를 파면하고, 지휘 계통에 있는 경기경찰청장과 고양경찰서장, 생활안전과장 등 8명에 대해 직위해제·서면경고 등 조처했다. 또 경기지방경찰청과 합동감찰반을 꾸려 정밀 감찰 조사에 나섰다. 고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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