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갚으면 상부에 보고” 전화한 경찰관에 벌금 확정
상대방이 실제로 공포심을 느꼈는지와 상관 없이 공포심을 느낄 정도의 해악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보과 소속 경찰관인 조아무개(48)씨는 2003년 5월께 친구의 부탁을 받고 채무자 조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준 사람이 집안 동생이다. 돈을 빨리 갚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해 문제 삼겠다”고 위협해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조씨는 법정에서 “내가 떳떳하기 때문에 조씨의 말을 듣고도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증언했지만, 1·2심 재판부는 조씨의 유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형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상대방이 인식한 이상 공포심을 느꼈는지와 상관없이 협박죄의 구성요건은 충족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협박죄는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규정된 범죄로서, 객관적 척도가 없는 공포심의 유무로 범죄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영란·박일환 대법관은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거나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협박죄의 미수에 그친 것으로 봐야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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