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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양양읍 기정리 주민들 “당장 내일부터 막막”

등록 2005-04-05 23:42수정 2005-04-05 23:42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 오후 강풍을 타고 낙산사까지 번진 가운데 집이 전소된 낙산사 인근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TV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 오후 강풍을 타고 낙산사까지 번진 가운데 집이 전소된 낙산사 인근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TV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5일 산불로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양양읍 기정리 주민들은 하루종일 발을 동동 구르다 저녁 늦게야 마을회관에서 다리를 뻗고 앉았다.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최춘남(68.여.양양읍 기정리)씨는 "새벽부터 일어나 무슨 정신으로 지금까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오늘은 마을회관에서 잠깐 눈을 붙인다고 해도 논밭은 다 집앞에 있는데 내일부터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한숨을내쉬었다.

남편과 둘이 사는 최씨가 하루 종일 뛰어다녀 건진 세간이라고는 이불 두채와 쌀 20㎏뿐. 노인들이라 큰 가전제품을 하나도 꺼내오지 못한 게 못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행히 외양간엔 불이 옮겨붙지 않아 소들은 무사하지만 물도 전기도 끊긴터라이날 저녁에도 걸어서 10여분 떨어진 곳까지 가서 소 먹일 물을 받아와야했다.

부모님 소식을 듣고 멀리 대전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최씨의 아들은 "집 근처에서 소를 돌보면서 지낼 수 있도록 당장 지내실 컨테이너 건물이라도 하나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최선갑(77)씨도 산불로 집이 모두 타버렸다. 소들이 불을 피해 달아날 수 있도록 묶인 줄을 끊어놓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앞서 다른 세간은 하나도 집어오지 못했다. 무사히 불을 피해 도망갔던 소 두마리를 끌고 마을 입구에서 망연자실해 서있던 최씨는 "마을회관에도 자리가 없으니 다른 이웃에게라도 가서 하룻밤 신세를 져야할 것 같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기정리에서 최씨처럼 집이 모두 타버린 주민들은 모두 다섯 가구. 인근 감곡리에도 여섯 가구가 집과 축사를 잃고 마을회관과 이장집에 임시로 묵고 있다.

김귀옥(71.여.양양읍 감곡리)씨는 "대피령을 듣고 막내 아들집에 갔다가 와보니집이며 창고가 모두 타버렸다"며 "전화로 마을이 여러 군데 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만해도 거짓말하는 줄로만 알았다"며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김씨는 자식 같은 송아지 한 마리도 잃었다. "사람이면 도망이라도 갈텐데 가엾은 게 어미 소가 아직 외양간에 있는 줄 알고 도망도 안가다가 불에 타 버렸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씨와 함께 감곡리에 사는 박민자(62.여)씨 부부는 소 두 마리만 겨우 건졌다. 박씨는 "그래도 몇대째 살아온 마을이라 떠나는 건 생각도 안해봤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 농사를 짓는 이곳 주민들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고 안심하다가도 볍씨와 감자 종자 같은 것들이 다 타서 망쳐버린 1년 농사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최춘남 씨는 "이제 한창 한해 농사 시작할 땐데 고추모며 감자 종자가 몽땅 타버렸다"며 "집은 불에 탔다해도 새로 뿌릴 씨만 있어도 이렇게 막막하진 않을텐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양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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