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 항소심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신건(66), 임동원(74) 전 국정원장들의 항소심과 관련해 국정원이 전·현직 직원들의 법정 증언을 거부해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홍)는 8일 “국정원이 검찰을 통해 ‘직원들의 증언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했다”며 “증언 거부 사유로 ‘구체적인 신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고 증언 내용이 공개될 경우 신분이 노출돼 활동이 곤란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밝혔다. 현행 국정원직원법은 전·현직 직원들이 직무와 관련된 내용을 진술할 땐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법원은 지난 1일 국정원 전 8국장 곽아무개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불법감청 내용을 원장에게 보고했는지에 관한 진술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곽씨가 나오지 않아 공판이 진행되지 못했다. 이재홍 부장판사는 “판결을 위해선 국정원 직원들의 증언을 꼭 들어야한다”며 “국정원 쪽에 ‘증인들의 신분과 기밀 유지를 위해 비공개 재판도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도 국정원 요구대로 신문 내용을 구체화해 다시 증언을 요청할 예정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국정원장이 허가하지 않으면 검찰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도 “검찰이 요청한 증인 4명 중 3명이 이미 1심에서 진술한 바 있고, 비공개도 가능하므로 이번엔 허가해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심 때는 당시 김승규 국정원장의 지시로 3명의 전·현직 직원들이 모두 증인석에 섰고, 이들은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이 불법감청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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