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배스님 차명계좌 확인…수색영장 청구
성곡미술관 3층 자택에 64억여원의 괴자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신정아(35)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압수당한 김석원(62) 전 쌍용그룹 회장이 지난 주말로 예정됐던 귀국을 미뤘다.
김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스카우트지원재단 관계자는 8일 “일본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지원재단 펠로십 행사 정리가 안 끝났고, 오는 18일부터 스카우트 아시아·태평양 콘퍼런스가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김 전 회장의) 귀국 일정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9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으며, 지난 4∼5일 일본에서 펠로십 행사에 참여한 뒤 지난 주말께 귀국할 예정이었다.
앞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주 “(김 전 회장의 부인인)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은 60여억원이라는 거액의 출처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돈의 출처와 조성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김 전 회장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 괴자금이 애초 압수 이유인 신씨의 횡령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고,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 돈을 재압수한 뒤 본격 수사에 나서고 있다. 괴자금 가운데 일부 수표에 대한 계좌추적에도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귀국 일정을 늦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쌍용그룹 시절부터 김 전 회장을 보좌해 오다가 스카우트지원재단에서도 이사로 일하고 있는 신아무개씨는 지난달 김 전 회장과 함께 출국했다 지난 7일 혼자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씨는 “김 전 회장도 국내 상황을 알고 있지만, 콘퍼런스 때문에 귀국을 연기한 것일 뿐 (수사를) 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의 차명계좌를 확인하고 계좌추적을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신씨와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나란히 소환돼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막바지 조사를 받았다. 이순혁 이완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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