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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6.25이후 이런 불은 처음”

등록 2005-04-06 13:10수정 2005-04-06 13:10

<b>산불로 몸이 탄 개 </b>강원도 양양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잿더미만 남은 낙산사 인근 강현면 용호리마을에서 6일 오후 피해주민들이 잔해더미를 치우는 동안 불에 몸을 태운 개가 당시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산불로 몸이 탄 개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잿더미만 남은 낙산사 인근 강현면 용호리마을에서 6일 오후 피해주민들이 잔해더미를 치우는 동안 불에 몸을 태운 개가 당시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6ㆍ25(한국전쟁) 말고는 우리 동네에 불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래요"

"쇠(소) 고삐만 풀어놨더라도 죽지 않았을 텐데 하도 급해서 나만 빠져 나왔드래요"

강한 강원도 사투리 억양의 한행자(62) 할머니는 아직도 마을이 모두 잿더미가 돼 버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불과 몇 시간전 산불을 기억해 냈다.

양양군 강현면 용호리가 화마에 휩싸인 것은 5일 오후 2시30분께. 마을 뒷산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더니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이 마을 40여집 가운데 35집을 집어삼켰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양양 지역 마을 가운데 최대 피해다.

한 할머니는 "10원짜리 한 장 못 가져나오고 몸만 간신히 빠져 나왔다"며 "언제집을 지어 돌아갈수 있겠느냐"고 아침 도시락을 차마 삼키지 못하고 눈물만 글썽였다.

5일 오후 1시께 "불길이 다 잡혔다"는 소식에 무방비로 있다가 화를 당한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여 그저 "앉아서 당했다"는 말로 당시 상황을 늘어놓았다.


용호리 주민들은 무엇보다 소방당국과 매스컴의 섣부른 산불 대처에 대한 원망을 저마다 쏟아 놓았다.

장성조(57)씨는 "오전에 다른 마을 불을 끄러 갔다 왔을 정도로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산불이 마을을 순식간에 덮쳤다"며 "잔불 정리만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또 "화재 신고를 했는데도 동네 바로 앞 낙산사 불을 끄느라고 그랬는지 소방차 한 대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불에 탄 마을 5일 화재로 건물 대부분이 전소된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용호리 마을 (양양=연합뉴스)


마을 주민들이 무엇보다 안타까워 하는 것은 마을 뒷산의 60년 가까이 된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다.

한국전쟁 때문에 민둥산이 됐던 산에 주민들은 소나무를 심었고 혹여 산불이 날까 애지중지 키웠고 `영동지방에서 제일 가는 송림'이라는 자부심이 있던 터였다.

장씨는 "송림이 울창해 도에서 상도 여러 번 탔는데...자식같이 키웠던 소나무가 다 죽어 버렸지 않았느냐. 내 생전엔 다시 그런 숲을 못 볼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직접 둘러 본 마을 광경은 주민들이 말하는 `6ㆍ25 전쟁 때가 이랬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했다.

화마가 흘러내려 온 마을 뒷산 밑에 있던 집은 집터만 남긴 채 6일 오전까지도 불씨를 머금고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산에서 수십m 떨어진 마을 중간에 있는 집 역시 지붕이 주저앉았다.

앙상한 골격만 남은 집의 담에 손을 대보면 아직도 따뜻한 기운이 감돌아 화재 당시의 사나웠던 불의 기세를 짐작게 했다.

마을 곳곳에는 불에 데거나 털이 탄 개와 소가 집을 잃고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돌아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이재민의 대피처인 용호리 마을회관 앞 국기게양대에 `산불조심'이라는 붉은 깃발만 무심히 나부꼈다.

(양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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